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국을 방문하는 오는 23일 이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11월 13일 이전에 보수 대통합의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자강(自强)파가 통합에 여전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내의 통합파만 한국당과 합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홍 대표 측근 인사는 11일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이후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권고했다. 당시 홍 대표는 “10월 중순 이후 집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박근혜 지우기’를 마무리한 뒤 23일 출국할 예정이다. 홍 대표의 방미는 안보외교뿐만 아니라 박근혜 출당으로 인한 당내 논란에 거리두기 성격도 있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자진탈당 권고는 현실화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현역 의원 제명은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확정된다. 하지만 의총 소집권한을 가진 정우택 원내대표가 서·최 두 의원 제명을 위한 의총 소집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 보수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시간표도 공개했다. 홍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이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보수 분열이) 고착화된다”며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보수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의 의석 수 차이가 5배 이상 나지만 ‘당 대 당’ 통합까지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태흠 최고위원도 “보수 대통합은 당 대 당 통합이 돼야 한다”면서 “통합과정에서 ‘네 탓, 내 탓’ 책임 공방이나 요구·전제 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당 대 당’ 통합 제스처는 바른정당 통합파에 재결합 명분을 제공했다. 통합파 수장인 김무성 의원은 원외위원장 20여명과 오찬회동을 한 뒤 “어떤 비판이라도 감수하고 보수 우파가 통합하는 게 나라를 위한 대의”라며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들을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우 한국당 최고위원,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 등 양당의 3선 의원 15명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번째 회동을 갖고 ‘보수우파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자강파를 이끄는 유 의원은 “국민들에게 아무 희망도 못 주고, 아무런 변화도 하지 않는 한국당에 기어들어가는 통합은 보수 정치와 한국 정치의 앞날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자기 당 지지도 올릴 생각이나 하지, 자꾸 남의 당 전당대회를 방해하는 행위는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영감님은 한국당 지지도나 신경 쓰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비꼬았다.
통합파와 자강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바른정당은 결국 공중분해의 길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당은 출당 여부와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재발부와 관련한 의총을 열어 만장일치로 불구속 재판을 촉구키로 결정했다.
글=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 최종학 선임기자
[단독] 홍준표 대표, 방미 前 ‘박근혜 출당’ 매듭 짓는다
입력 2017-10-11 19:28 수정 2017-10-11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