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몰렸던 납북어부 49년 만에 누명 벗었다

입력 2017-10-11 20:57
납북어부가 간첩행위와 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두 차례 옥살이를 했다가 49년 만에 두 번의 재심에서 모두 누명을 벗었다.

전주지방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장찬)는 1960년대 후반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각각 8개월과 1년6개월의 징역살이를 한 박춘환(71)씨 등 납북어부 3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죄 증거들이 수사단계에서 불법 구금과 고문 등 가혹 행위로 만들어져 증거 능력이 없거나 신빙성이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3명 가운데 박씨를 제외한 선장 오경태씨와 선원 허태근씨는 이미 숨져 가족이 대신 재판정에 나왔다.

‘영창호’ 선원이던 박씨 등은 1968년 6월 연평도 근해에서 납치돼 북한에 4개월간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하지만 이후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옥살이를 했다.

더욱이 박씨는 1972년 북한을 고무·찬양하고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는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다시 기소돼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아 만기 출소했다. 이 사건은 2011년 3월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반공법 관련 사건에 대한 판결로 박씨는 재심에서 두 번째 무죄를 선고받고 완전한 자유인이 됐다. 한 피고인이 두 차례의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건 드문 일이다. 하지만 박씨는 ‘간첩’이란 꼬리표 때문에 고향을 떠나야 했고,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해 왔다. 박씨는 “이렇게 나이 먹고서야 완전히 무죄를 선고받으니 억울하다”며 “정부가 너무 야속하고 상처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