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59·사진) 경기 안산상록예술마을만들기 위원장은 2012년부터 ‘VIP자원봉사자증’을 보유하고 있다. VIP자원봉사자증은 1년에 300시간 이상 이웃을 위해 봉사한 이에게만 발급되는 증명서다. 김 위원장은 11일 자신의 삶에 대해 “지역의 대중문화 발전을 위한 후진 양성, 그리고 소외된 이웃과 시민들에게 휴식을 선사하는 봉사가 전부”라고 설명하며 활짝 웃었다.
1년에 30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주일에 적어도 6시간은 봉사활동에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산시 상록구의 한 빌딩 7층에 위치한 ‘숲속의 음악마을’을 찾았다. 이곳은 2012년 초부터 김 위원장이 색소폰교실과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삶의 터전이자 자원봉사를 함께 하는 동지들의 둥지다. ‘숲속의 음악마을’이라는 명칭은 그가 2007년 안산에 처음 입성하며 운영했던 카페의 명칭이다.
김 위원장은 한때 잘나가던 보컬이었다. 소위 ‘7080세대’에게는 익숙한 노래인 ‘내일이 찾아와도’ ‘이제는’ 등을 히트시켰던 ‘서울패밀리’의 보컬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활동했다.
이후에도 1997년까지 가수로 활동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 전문 가수로서의 길을 완전히 접었다. 이후 10여년 동안 헬스트레이너와 인테리어 관련 일을 했지만 ‘끼’만큼은 끝내 버릴 수 없었다.
2007년 초 안산에 오면서 다시 음악과 연을 맺었다. 하지만 방향은 후진 양성과 봉사로 바뀌었다. 음악을 통한 재능기부, 즉 봉사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나의 자존감과 어머님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페에서 노래도 하고 색소폰도 연주하니까 주위에서 ‘무대에 서 달라’며 출연료를 제시하는데 턱없이 금액이 낮아 자존심이 많아 상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데 너의 음악 재능을 지역의 이웃에게 기부해라’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음악 재능을 기부하면 자신도 떳떳하고 주위에서는 존경할 것 아니냐”는 어머니의 말이 그가 재능기부 봉사에 나서게 된 배경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4년부터 ‘안산상록예술마을만들기’ 축제를 총괄해 진행하고 있는데 오는 21일엔 5회째 행사를 진행한다. 그는 “음악을 통한 봉사는 봉사자도 즐거워야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이 즐거워야 한다”며 “시민이 즐겁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봉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서울패밀리 보컬이었던 김지호 “나의 인생 전부는 음악과 봉사입니다”
입력 2017-10-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