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2014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작성 문건의 세부 내용이 공개됐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대통령기록관에서 필사한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작성 문건 3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지난 7월 현 청와대 내 캐비닛에서 발견돼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진 문건들이다. 이 의원은 이날 공개한 문건이 모두 일반기록물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이모씨가 2014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자필메모 2장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을 ‘국가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적시됐다. 메모에는 “지금이 삼성의 골든타임. 왕(이건희 회장)이 살아 있는 동안 세자(이재용 부회장) 자리 잡아줘야”라고 적혀 있었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이건희는 삼성전자를 키운 장본인으로 경영능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나, 현재의 이재용은 (경영능력이) 검증된 바 없다”고도 적었다. 특히 “기아자동차 내부에선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정의선 부회장에 대해 ‘언제 돌아오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을 비교하기도 했다.
또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당분간 삼성의 경영기조를 좌우하는 제1의 현안’이라고 명시한 뒤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경영권 승계에 착수해야 한다”고 이씨는 적었다. 이어 삼성의 현안(경영권 승계)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①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경제화 법안 ②국민연금 지분(활용) ③재계 주요 파트너로 인정해주는 모습 등이 거론됐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OOO에 포함시켜 주는 조치 등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014년 8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최모씨가 이씨에게 보낸 이메일도 공개됐다. 이메일 제목은 ‘국장님, 삼성 리포트 말미에 (포함시킬) 아이템 하나 건의드립니다’였다. 최씨는 이 이메일에서 “‘삼성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해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창업을 선도하고, 삼성 내부(사내벤처)와 국내외 유망 제조벤처에 삼성이 기술력과 구매력 등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창조경제의 올바른 생태계를 조성하고, 특히 제조 중심의 벤처를 지원·성장시킴으로써 향후 국내 산업 연관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7월 14일 청와대 내부 캐비닛에서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메모 2장’ ‘이메일 출력물’ ‘국민연금 의결권 보고서’ ‘2014년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자필메모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지난 7월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메모라고 증언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왕(이건희)이 살아있는 동안 세자(이재용) 자리 잡아줘야”
입력 2017-10-10 23:12 수정 2017-10-11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