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를 당분간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던 김이수(사진) 헌법재판관이 계속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야권은 국회 무시 처사라며 반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18일 재판관 간담회를 갖고 김 재판관이 권한대행 직을 계속 수행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에 청와대는 현재의 권한대행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권한대행 체제 기간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 권한대행의 임기인 내년 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개월간의 헌재소장 공백도 역대 최장 기간이며, 내년 9월까지 대행 체제가 계속될 경우 1년8개월 동안 헌법 최고기관 수장이 공석인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청와대는 후임 헌재소장 인선 어려움과 헌재소장 임기 논란 등을 대행 체제 유지 이유로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11일 김 재판관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후임 물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권한대행 체제에 동의하자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청와대는 이번 기회에 헌재소장 임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국회에 주문했다. 현 헌법재판소법에는 재판관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고, 헌재소장 임기는 규정돼 있지 않다. 때문에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면 재판관 잔여 임기만 마칠 것인지, 새로 6년 임기가 시작되는지 논란이 거듭됐다. 전임 박한철 소장은 재판관 잔여 임기만 마쳤고, 전효숙 전 재판관도 2006년 재직 중 헌재소장으로 지명됐다가 임기 논란이 촉발돼 자진사퇴했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소장 임기 관련법이 2건 계류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효숙 재판관이나 박한철 소장 사례는 입법 미비에 따른 것으로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시 헌재소장을 지명하기보다 일단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 없는 재판관 1명을 먼저 임명해 헌재 8인 체제를 해소하고, 국회가 입법 미비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상식을 벗어난 코드 인사에 집착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이수 재판관은 권한대행이 아니라 재판관을 사퇴하는 것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도 “청와대가 편법으로 인사권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라며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이종선 기자 eyes@kmib.co.kr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 유지 논란… 野 “국회 무시” 반발
입력 2017-10-1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