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10월 12일 고종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환구단에 나아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황제로 등극했으며 조선의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고쳐 선포했다.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아 자주독립국가임을 천명한 그날의 의미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서울시는 14일 오전 덕수궁과 서울광장에서 ‘대한의 시작, 그날!’을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덕수궁에서 서울광장까지 220명이 참가하는 어가행렬로 시작되며 서울광장에서 황제 등극을 하늘에 고하는 고천제, 고종황제 즉위식, 대한제국 선포식, 환구대제 등을 재현한다. 고종황제 즉위식과 대한제국 선포식이 재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구대제는 왕이 환구단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는 의식으로 명나라의 압력으로 세조 이후 폐지됐으나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부활했다. 서울시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일제가 허물어 버린 환구단을 대신해 서울광장에 3단의 원형 단을 가설해 환구대제를 올린다. 종묘제례나 문묘제례 시 가로 세로 각각 8줄씩 모두 64명이 추는 의식무용인 팔일무(八佾舞)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청 신청사 1층 로비에서는 15일까지 대한제국 시절의 사진 30여점을 선보이는 ‘대한제국 사진전’이 열린다. 강남구 경기여고 교정 안에 있는 경운박물관에서는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제의 복식으로 제정한 면복 12장복과 12류 면류관 등을 전시하는 ‘대한제국, 복식에 깃든 위엄’ 특별전을 개최한다. 12장복은 해, 달, 별, 산, 용 등 문양이 12개인 옷을 뜻하고, 12류 면류관은 구슬을 꿴 끈이 12개 달린 관을 말한다. 고종과 순종, 의친왕의 복식과 유품도 만날 수 있다.
서울 중구 주최로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열리는 밤 축제 ‘정동야행’(13∼14일)도 ‘대한제국을 품고 정동을 누비다’를 테마로 진행된다. 대한제국의 역사와 고종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덕수궁 석조전은 축제 기간 중 저녁 6시와 7시, 총 4회 개방된다. 조선호텔 내에 훼손된 채로 보존된 환구단도 문을 열고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120년 前 대한제국 속으로 ‘시간여행’
입력 2017-10-10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