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3분기엔 활짝 웃는다

입력 2017-10-10 18:10 수정 2017-10-10 21:37
지난 2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 부진에 빠졌던 국내 정유업계가 3분기 실적 발표에선 자신감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반면 허리케인 하비의 미국 상륙 등으로 석유제품 공급이 줄면서 국내 업체가 혜택을 봤다.

KB증권은 10일 SK이노베이션, S-OIL,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3사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이 10조7422억원의 매출과 1조8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각각 11%, 16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S-OIL도 4조9684억원의 매출과 57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보다 각각 20%, 39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 화재 영향 등으로 실적 상승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지난해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 36% 늘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정유업계는 지난 2분기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실적이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영업이익이 421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2.4%나 줄었다.

정유업계 비수기인 3분기에 실적이 이처럼 개선된 데는 석유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국제유가 역시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간 영향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정제 설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3분기를 거치면서 50달러대에 안착했다.

특히 지난 8월 말 허리케인 하비의 미국 멕시코만 연안 상륙에 따른 석유산업 인프라 가동 중단, 7월 말 유럽 최대 규모(하루 40만 배럴)인 네덜란드 퍼니스 정유공장 화재 등으로 석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국내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하비 상륙 이후인 지난달 4일 기준 정제능력의 약 11.5%에 해당하는 정제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가동 중단으로 석유제품 수급이 부족해지면서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부터 제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해외 대형 정제시설 가동 중단이 실적 개선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정유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 마진 역시 지난 8월 말 배럴당 10달러를 넘어서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정제 마진이 이후 하락하긴 했지만 정유업계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낮은 재고와 수요 증가로 지난해보다 정제 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김현길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