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굶주린 사자가 우글대는 콜로세움에서 피를 흘리며 군중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10일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해달라며 재판부를 향해 이처럼 호소했다. 유 변호사는 “광장의 격정과 분노로 인한 인민재판이 아닌, 법과 원칙에 의한 재판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기에 앞서 “지난 넉 달 동안 신속한 재판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구속만기가 다가오는 현재까지 심리를 마치지 못했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심리해야 할 공소사실이 유례없이 방대했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의견 진술에 나선 검찰 측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면 핵심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조작하거나 진술을 번복케 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 통증 등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거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도 나오지 않았던 사실을 들면서 “이처럼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 피고인의 태도를 봤을 때 재판에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의견 진술을 마치자 무겁게 내려앉았던 법정 분위기가 잠시 술렁였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의견 진술을 듣는 내내 안경을 쓴 채 미동도 없이 검찰석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이어 의견 진술에 나선 유 변호사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의견서를 읽어 내려갔다. 유 변호사는 “이미 공소장에 기재돼 있는 롯데와 SK 관련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법정은 광장의 광기를 막아내는 최후의 보루로 시민사회나 여론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심리를 마친 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한 뒤 합의를 거쳐 이번 주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구속 재판을 주장하며 법원 앞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朴측 “인민재판 안돼” vs 검찰 “증거조작 우려”
입력 2017-10-10 18:07 수정 2017-10-10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