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게 죄?… 신혼·30代 ‘청약 역차별’

입력 2017-10-11 05:03

추석 연휴 이후 청약가점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분양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청약제도 강화가 30대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일부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8·2 부동산대책 후속조치에 따라 10월부터 서울 모든 지역과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세종, 대구 수성구 등 전국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85㎡(전용면적 기준)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100% 가점제를 적용받게 된다. 85㎡² 초과 평형에는 가점제 50%가 적용된다.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서도 중소형 아파트의 75%는 가점제를 통해 당첨자가 가려진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과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점수로 매겨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제도다. 만점은 84점이다. 부양가족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해 1명당 5점이 올라 단위가 가장 크다. 무주택기간은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이 가산된다. 만 30세 이전에 결혼했다면 혼인신고일부터 계산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10일까지 당첨자를 발표한 27개 단지 가점제 당첨자들의 커트라인은 평균 36점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의 커트라인이 52점으로 가장 높았다.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분양된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당첨자의 가점 평균이 70∼77점에 달했다. 청약 1순위 자격요건도 강화된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이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 서울에서 분양하는 물량은 총 5442가구다. 이 가운데 청약가점제 100%를 적용받는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은 5028가구다. 전체 일반분양가구의 92.4%가 가점제 100% 물량인 셈이다. 문제는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은 가점제 아래서는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나 젊은 세대가 점수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개정된 가점제로 부양가족이 많은 40, 50대의 경우 당첨 확률이 높아졌지만 가점이 낮은 사회초년생이나 젊은 세대들은 집 구하기가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강남권의 경우 최소 60점 이상의 가점을 확보해야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가점제를 포기하고 오피스텔 등 다른 주거 환경을 찾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가점제 사각지대를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사회 초년생이나 단독 세대주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향후 임대주택 정책 등이 이러한 사각지대를 포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