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뒤 헌재소장실과 소장 공관은 9개월째 비어 있다. 이정미 전 재판관이 2월 1일부터 3월 13일까지 권한대행이었다. 이 전 재판관 퇴임 후인 3월 14일부터 현재까지는 김이수 권한대행이 헌재를 이끌고 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가 250일을 넘도록 장기화한 것은 1988년 헌재 창립 이후 처음이다. 이전에는 2006년 9월 윤영철 3대 소장이 퇴임한 뒤 2007년 1월 이강국 4대 소장이 임명될 때까지 주선회 전 재판관이 4개월간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한 것이 최장 기록이었다. 2013년 1월 이 전 소장이 퇴임하고 박 전 소장이 임명될 때까지 송두환 전 재판관과 이정미 전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은 전례도 있다. 다만 이 기간은 70여일에 불과했다.
헌법재판소법은 권한대행과 관련해 ‘헌재소장이 궐위(闕位)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다른 재판관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규정만 두고 있다. 권한대행 체제 장기화 자체가 법률 위배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헌법에 따라 정당 해산을 결정하고 현직 대통령 파면까지 주문하는 막중한 기관임을 상기하면 헌재소장 공석 자체가 헌법적 비상상황이라는 시각이 법조계에 크다. 박 전 소장은 지난 1월 “국회와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후임 내정 없이 임기를 마치게 된 상황과 관련해 쓴소리를 했다. 헌재는 그간 소장과 재판관의 공석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더욱 애썼다고 한다. 다만 체제가 완비돼야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조금씩 피력해 왔다.
법조계는 10일 청와대의 발표를 “당분간 새 헌재소장 지명이 없다”는 속뜻으로 해석했다.
권한대행 체제의 실질적 문제로는 권한대행의 업무 부담이 거론된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소장이 해온 대외적·행정적 역할을 수행함은 물론 사건을 배당받고 결정문 작성에 깊이 관여하는 등 일반 재판관의 업무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 김 권한대행도 자신이 권한대행을 맡기 전 담당했던 사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정 전 재판관 후보자가 낙마해 ‘8인 체제’가 계속되는 점도 사회적 난제들을 판단 중인 헌재의 또 다른 부담이다.이경원 기자
최장 20개월… 헌재, 초유의 ‘수장 공석’
입력 2017-10-10 19:25 수정 2017-10-10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