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적 불신 자초하는 軍, 언제쯤 정신 차릴까

입력 2017-10-10 17:37
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 6사단에서 병사가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사고는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9일 발표한 사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군의 안전의식과 기강해이가 이 정도 수준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고가 발생한 전술도로는 사격장 사로에서 유효사거리 안에 있는데도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총구가 과녁을 약간만 벗어나도 유탄이 미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도 사격 중 이 지점으로 병력이 이동하는 걸 통제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마저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군은 간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하고 비슷한 환경의 사격장 50여개에 대해 사용을 중지했지만 뒷북대응이다.

더 큰 문제는 군이 사고 발생 후 보인 태도다. 군은 사망한 병사에 대한 부검도 하기 전에 딱딱한 물체에 맞고 튕겨 나온 도비탄이 사고 원인이라고 서둘러 발표했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소재를 가리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게 순서일 텐데 군은 파장을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군은 2015년 5월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총기 난사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사건 때도 사격이 진행됐던 사로가 20개였지만 6개라고 발표했었다. 안전통제가 미흡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당시 사격훈련을 통제하고 있던 조교(6명)에 맞춰 사로 숫자를 줄여 발표했던 것이다.

지난해 9월 국방통합데이터센터가 북한인 추정 해커에 의해 뚫린 보안사고도 마찬가지다. 국군사이버사령부는 군 인터넷망이 뚫린 걸 알고도 쉬쉬하다 언론이 보도한 뒤에야 마지못해 시인했다. 작전계획 5027과 5015 등 중요한 비밀자료 유출 가능성이 언론에서 잇따라 제기됐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며 감추기에 바빴다. 당시 유출된 자료에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 내용이 담긴 작계 5015 등 군사기밀 지정 자료 295건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9일 보도됐는데도 국방부는 군사보안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함구하고 있다.

군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이것만이 아니다.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공분을 샀는데도 최근에는 음주 실탄 사격으로 물의를 빚고 부하들에게 갑질을 일삼아온 군 지휘관이 버젓이 대령으로 진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통해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다. 군과 국방부는 사즉생의 각오로 자기 혁신에 나서서 바닥으로 떨어진 국민적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