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링크’ 유혹… 영세업자 울리는 온라인 광고대행 사기

입력 2017-10-11 05:00

온라인 쇼핑몰에서 반지와 귀고리를 판매하는 박모(27·여)씨는 지난달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온라인 광고대행사 A사를 신고했다. A사가 제시한 계약해지 조건이 터무니없던 탓이다. A사는 박씨에게 2년치 광고대행비 120만원에 대한 위약금 15%와 부가서비스 이용료 50만원을 요구했다. 박씨는 억울했다. A사가 제공한 서비스는 애초 계약 내용과 전혀 달랐고 부가서비스를 요구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네이버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박씨에게 “(부가서비스는)계약자에게 드리는 혜택”이라며 권유했을 뿐이다. 박씨는 “(온라인·모바일) 네이버 쇼핑 파워링크 10위 안에 들게 해준단 말에 혹했다”고 말했다.

유명 포털사이트 직원 사칭, 계약 내용과 다른 서비스는 이미 알려진 광고대행사의 바가지 수법이다. 주로 대형 포털사이트 광고 효과를 기대한 영세 자영업자가 당한다. 지난해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신청인의 70%가 쇼핑몰, 도소매업, 이미용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였다. 피신청인의 92%가 온라인 광고대행사였다.

광고대행사가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공짜로 부가서비스를 주는 것처럼 가입시켰다가 계약해지를 요구할 때 이용료를 과도하게 물리는 식이다. 박씨 사례처럼 부가서비스비가 광고대행비 절반에 달하는 탓에 업체로선 딱히 손해 볼 것이 없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는 광고대행사에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수백 개 게시돼 있다. 박씨처럼 계약취소 시 지나친 위약금을 요구해 피해를 입었다는 글도 수십 개다.

A사 팀장은 지난달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부가서비스는)물건을 살 때 주는 서비스와 같은 개념”이라며 “환불하면 그 서비스 비용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성의류 쇼핑몰을 운영 중인 이모(35·여)씨도 지난 5월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 광고대행 서비스 이용 한 달 만에 이씨가 계약해지를 요구하자 B사 영업담당자는 “위약금과 부가서비스 이용료 40만원을 내야 해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기로 했지만, 이번엔 영업담당자가 자취를 감췄다.

불합리한 계약체결, 계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상담·조정신청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7건에 불과했던 상담·조정신청 신청 건수는 올해는 8월까지 1510건으로 증가했다.

네이버 측도 당황스럽단 입장이다. 유사 피해가 계속 발생하다보니 아예 자사 홈페이지에 ‘네이버 및 네이버 제휴사 사칭 검색광고 피해 주의 안내문’을 올려놨다. 현재 네이버와 공식 계약을 맺은 검색광고 전문 대행사는 국내외 합쳐 60곳이다. 여기에 A사와 B사의 이름은 없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포털의 광고대행을 사칭한 이들 업체가 민사소송 비용이 피해금액보다 큰 탓에 피해자들이 소송을 포기한단 점을 악용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정동국제 최종화 변호사는 “구두로 약정된 내용일지라도 양 당사자간 완전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는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이와 다른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이라며 “이용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급한 비용을 전부 반환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