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4만 겨울왕국의 ‘축구 동화’… 아이슬란드, 첫 월드컵 본선

입력 2017-10-11 05:00
아이슬란드 축구 대표팀의 주장 아론 군나르손(17번)이 10일(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라우카르타르스베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소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I조 조별리그 최종 10차전이 끝난 뒤 선수단과 팬들을 이끌며 ‘바이킹 박수’ 세리머니를 주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이날 2대 0으로 승리해 조 1위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AP뉴시스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유로 2016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2년만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1위로 축구 변방 취급을 받던 아이슬란드의 돌풍에 전 세계 팬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아이슬란드가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축구계에 새 역사를 썼다.

아이슬란드는 10일(한국시간) 레이캬비크의 라우카르타르스베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소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I조 조별리그 최종 10차전 홈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에서 7승1무2패(승점 22점)를 기록한 아이슬란드는 조 1위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1954년 FIFA에 가입한 이래 아이슬란드가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아이슬란드의 축구환경이나 여건을 고려하면 대표팀의 행보는 기적에 가깝다.

올해 1월 기준 아이슬란드의 인구는 33만8349명으로 역대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 중에서 가장 적은 인구를 가진 나라가 됐다. 서울 도봉구 인구(약 33만7000명· 2016년 통계청 기준)와 엇비슷하다. 게다가 아이슬란드는 국토의 80%가 빙하와 용암 지대다. 여름 평균기온은 10도밖에 되지 않는다.

열악한 자연환경 탓에 그간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이유로 아이슬란드는 프로리그 하나 없을 정도로 축구 저변이 열악하다. 코칭 스태프들의 여건도 타국과 차이가 난다.

2011년 10월부터 6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헤이미르 할그림손(49) 감독은 아이슬란드 휴양지인 헤아마에이 섬의 치과의사 출신이다. 그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축구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열정 하나로 팀을 지휘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축구가 급부상한 것은 2000년대 이후 실내축구가 활성화되면서부터다. 밖에서 운동하기 어렵자 실내에서 실력을 닦은 유망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길피 시구르드손(에버턴)을 비롯한 현 대표팀 선수 대다수가 실내축구 선수 출신이다. 또 청소년 비행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슬란드 정부가 1998년부터 펼친 체육 활동 권장 사업도 엘리트 스포츠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역경을 딛고 일어난 아이슬란드는 현재 FIFA 랭킹이 22위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는 크로아티아(18위), 우크라이나(24위), 터키(27위) 등 만만찮은 강호들과 한조에 속했지만 당당히 본선 직행 티켓을 가져갔다.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뒤 할그림손 감독은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축구팬들은 아이슬란드 특유의 ‘바이킹 박수’ 세리머니를 내년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이 세리머니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전사들이 전쟁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췄던 민속춤 ‘하카’의 아이슬란드 버전인데 유로 2016에서 팬과 선수들이 함께 선보여 화제가 됐다.

코소보전때도 아이슬란드 대표팀 선수들과 팬들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이 세리머니를 통해 하나로 뭉쳤다. 길거리에서 응원하던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두 팔을 들어 환호하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편 웨일스는 아일랜드전에서 0대 1로 패하며 D조 3위로 추락해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됐다.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한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의 부재가 컸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