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 사라지고 홍보·접대비 크게 절감

입력 2017-10-11 00:01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 호텔 조찬 모임은 거의 사라진 것 같아요. 현장 실무자로서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천영철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홍보비 자체로 보면 30% 정도 절감한 것으로 파악돼요. 광고비 이외 경비 가운데 접대비 항목에서 절감효과가 큰 편입니다.”(A교단 홍보 담당자)

지난 9월 28일부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1년을 넘기면서 효과가 교계에도 미치고 있다.

주요 교단 본부나 대형교회, 신학대는 기자간담회 등으로 지출되는 각종 홍보·접대 비용이 법 시행 전보다 15∼30%까지 절감됐다. 또 명절 선물 교환 등을 자제하는 풍토와 함께 대외 행사를 간소화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종교인은 김영란법 직접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겸직 등을 할 경우 해당될 수 있다. 특히 초·중·고교 등 미션스쿨과 주요 교단 산하 신학대, 기독교 방송사, 일·주·월간지 형태로 발간되는 기독교 신문, 잡지, 인터넷 교계신문 등도 적용 대상이다. 이들 단체 대표나 임직원은 부정 청탁이나 금품 수수가 금지되며, 이를 어기면 처벌받을 수 있다.

서울 A교회 대외협력 담당자는 “법 시행 이후에 예산 측면에서 15%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올해 추석 명절엔 직무관련성에 걸릴 수 있는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상호 성의 표시까지 못한 부분이 마음에 걸리지만 소통에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주요 교단 고위 인사들이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봉사단의 천 사무총장은 “저희 단체 이사들이 대부분 목회자이지만 학교법인 이사나 언론사 이사를 겸직하는 이들이 많다”며 “법 시행 이후 호텔에서 갖는 모임은 거의 없어졌고, 식당에서 모일 때도 ‘김영란 메뉴’를 특별히 주문해 오해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 업무 스타일 등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구세군 홍보부장인 임효민 사관은 “법 시행 이후 부정 청탁이나 금품 수수 금지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면서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처리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감리교신학대 관계자는 “이사회 소속 이사들의 경우, 예전에 동문이나 교계 인사들과 편하게 식사하거나 선물도 주고받았다”면서 “법 시행 이후에는 행동이 상당 부분 조심스러워졌다”고 귀띔했다.

일부 교계 인사는 김영란법의 보완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B교회 대외협력 담당자는 “김영란법이 사회문화적 풍토를 담아내지 못한 면이 있고, 또 다른 편법을 조장할 수 있는 소지도 다분하다”면서 “금액 상한 규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상흠(동아대 법무팀) 변호사는 “김영란법에서 가장 유념할 부분은 직무관련성 유무와 범위”라며 “이 부분에 있어서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법 시행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도 있지만 꾸준한 교육을 통해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교회가 본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박제민 팀장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종교단체들이 청렴에 있어서 선도 역할을 해 나가야 할 사명이 있다”면서 “법 시행 취지와 효과가 긍정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교회가 제도 정착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장창일 김동우 이현우 구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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