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감, 과거 아닌 현재와 미래 논의하는 장이어야

입력 2017-10-10 17:37
올해 국정감사가 12일부터 20일간 진행된다. 행정부의 국정 수행 전반에 대해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실시하는 감사다. 박정희정권 때 폐지됐다가 1988년 13대 국회에서 부활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 의원 개인이 도드라질 수 있는 기회이기에 국회 활동의 꽃으로도 불린다. 문재인정부 첫 국감인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야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정치권과 달리 국민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다. 역대 국감처럼 정치 공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적폐청산에 초점을 맞췄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 안보·인사 무능을 신적폐로, 김대중·노무현정부 정책을 원조 적폐로 규정해 맞불을 놨다. 과거 정권 대리전을 방불케 한다. 사안 모두가 전·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어 물러서기가 어렵다. 서로가 공방만 벌이다 정상적인 일정 소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이유다.

과거 정권의 잘못이 있다면 규명할 것은 밝히고, 개선할 것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국감 전체를 과거사 논쟁에 허비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그러기엔 대한민국의 현재가 너무나 위중하다. 추석 민심의 최대 관심사가 북핵 문제일 만큼 한반도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미국발 통상 압력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도 현재 문제로 다가와 있다. 지금은 소모적 정쟁을 할 때가 아니다.

국감의 초점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쪽으로 설정돼야 마땅하다.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민생 현안을 챙기는 생산적 국감이 되도록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 감사는 당연하다. 무리한 증인 신청과 자료제출 요구는 또 하나의 적폐다. 증인으로 불렀다면 자기 말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얘기를 경청해야 한다. 막말과 호통으로 일관하는 국회의원의 갑질은 퇴출 대상 1호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국감이길 바란다. 연중 상시 국회로 가야 한다. 그리하면 국감 대신 필요한 현안에 대해 언제든지 조사와 청문회를 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에 상시 국회 방안이 포함되길 여야 모두에게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