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이 유럽연합 인증을 통과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9일 한국표준형원전(APR1400)의 유럽수출 모델인 ‘EU-APR1400’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원전이 유럽 진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은 것으로 앞으로 유럽은 물론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으로의 수출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APR1400은 지난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 심사도 통과했다.
그러나 이런 소식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우리 원전의 기술력과 안전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탈(脫)원전 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여당의원은 APR1400의 경쟁력을 대놓고 깎아내렸다. 대한민국 정치인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행태다. 정부는 미온적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해외 원전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10일 원전수출전략협의회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탈원전)과 달리 해외 원전수출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스스로는 위험하다며 하지 않겠다는 원전을 다른 나라에는 수입하라는 것이다. 탈원전을 강조하다 외국에서의 쾌거가 들리자 마지못해 거드는 모양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 주춤하던 세계원전은 영국과 인도 등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수백조원에 달한다. 신규 원전을 수주하면 수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적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원전 건설은 자금조달에서 사후 서비스까지 정부의 총력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부가 탈원전을 정책 기조로 유지하는 한 원전수출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의 득실을 다시 한번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사설] 脫원전 하면서 원전 수출하겠다는 정부
입력 2017-10-10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