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 링컨 대통령의 말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현재 처한 상황을 이 말보다 더 정확하게 묘사하는 말은 없는 듯하다. 연휴 기간 중에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총자본 비율이 지난 6월 말 현재에도 계속 국내 은행 평균치에 미달해 과거 기준에 의한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오더니 어제는 박찬대 의원실이 그야말로 핵폭탄급 보도자료를 냈다.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그토록 감추려고 노력했던 케이뱅크의 19개 주주들 간에 체결된 ‘주주간 계약서’의 일부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케이뱅크의 3대 주요주주인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은 은행법상 동일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보도자료는 ‘동일인일 가능성’이라는 신중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필자는 동일인의 증거라고 판단한다.
참고로 동일인이란 특정 주주와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거나 그렇게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친구들’의 모임을 말한다. 은행법이 이들 ‘친구들의 모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각 주주들이 겉으로는 개별적으로 소규모의 주식을 보유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친구들의 모임’을 통해 하나의 대규모 주주로 행세하면서 은행의 경영을 장악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 케이뱅크에서는 정확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서로 남남처럼 행세하면서 실제로는 ‘모임을 결성한 친한 친구들’에 대해 은행법은 어떤 규제를 적용하는가. 외양에 얽매이지 않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그 실질을 규제한다. 예를 들어 이들이 산업자본이면 이들 전체의 보유 지분 합계에 대해 4% 보유 한도를 적용한다. 그런데 최근의 유상증자 시도 이전까지 케이뱅크의 지분 분포를 보면 이들 3개 주주들은 합하여 케이뱅크 의결권 주식을 총 26.6% 보유하고 있다(이번 증자 과정에서 어쩌면 이 지분율은 더 증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동일인이라면 이들은 총 22.6%의 지분을 즉시 매각해야 한다. 매각할 때까지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다.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금융위 의결 정보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9월 25일 어떤 금융기관 주주의 한도초과 보유 승인이라는 안건을 다룬 바 있다. 구체적인 기관명은 가려져 있으나 앞뒤 정황으로 볼 때 케이뱅크의 증자와 관련해 우리은행의 한도초과 보유 승인을 다루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만일 금융위가 우리은행의 한도초과 보유를 승인해주었다면 두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재무건전성이 해당 업종의 평균치 이상일 것’이라는 과거의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우리은행에 초과보유를 승인해줌으로써 작년 6월에 은행법 시행령에서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이 이제 실제로 특혜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비금융 주력자인 KT의 동일인으로 4%를 초과해 케이뱅크 주식을 보유함에 따라 현재 은행법을 위반 중인 우리은행에 대해 승인을 내줌으로써 초과보유 요건 중 하나인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도 사실상 눈감아준 꼴이 된 것이다.
이번 주주간 계약서 공개로 그동안 억지로 케이뱅크의 위법성을 덮고 있던 마지막 보호막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우리 앞에 드러난 모습은 ‘산업자본은 은행을 지배할 수 없다’는 은행법 취지를 위반해 은행을 지배하고 있는 위법한 모습뿐이다.
이제는 이런 가면놀이를 중단할 때가 됐다. 금융위는 그동안의 인가 과정과 관련된 모든 정황을 낱낱이 공개하고,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위가 그렇게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햇빛은 가장 좋은 방부제”라는 브랜다이스 대법관의 명언처럼 그렇게 하는 것이 건전하고 안정적인 금융 질서를 만드는 첩경이자 케이뱅크의 예금자와 직원을 추가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성인(홍익대 교수·경제학부)
[경제시평-전성인] 케이뱅크의 민낯
입력 2017-10-10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