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투수전 끝에 롯데 자이언츠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가져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와 NC 다이노스 선발 장현식 등 양 팀 투수들의 혼이 담긴 투구는 준플레이오프 사상 최초 무자책 경기를 만들어냈다.
롯데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레일리의 호투에 힘입어 1대 0 신승을 거뒀다. 전날 1차전에서 연장 11회에만 7점을 내주며 무릎 꿇은 2대 9 대패를 설욕했다.
롯데는 2회말 선두 타자 앤디 번즈가 NC 3루수 박석민의 실책으로 1루를 밟았다. 후속 타자인 박헌도와 강민호가 볼넷을 얻어내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문규현이 2루수 앞 땅볼로 병살타에 그쳤지만 3루 주자 번즈가 홈으로 들어와 1-0으로 앞서 나갔다. 이 점수가 결승점이 됐다.
롯데 레일리는 5⅓이닝 동안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레일리는 6회초 NC 나성범의 타격 때 부러진 배트에 왼쪽 발목을 맞았다. 피까지 흘린 레일리는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 관계자는 “병원 엑스레이 촬영 결과 뼈에는 이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 바늘 꿰맨 상태로 추후 상태는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돌발 변수에도 불구하고 롯데 불펜 투수들은 뒷문을 완벽히 걸어 잠궜다.
6회초 1사 상황에서 급히 나온 박진형은 NC 재비어 스크럭스에게 2루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았지만 침착하게 후속 타자들을 처리했다. 이어 조정훈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롯데의 수호신’ 손승락은 9회초 마지막 1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져 세이브를 기록했다.
레일리보다 더욱 눈에 띈 것은 아쉽게 패전한 NC 선발 장현식이었다. 장현식은 당초 레일리와의 매치업에서 열세가 예상됐다. 레일리는 올 시즌 13승 7패 평균자책점 3.80의 성적으로 9승 9패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한 장현식보다 우위에 섰다. NC측도 경기에 앞서 “장현식이 최대한 오래 던져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낮췄지만 장현식은 7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 내주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타선이 산발 7안타에 그치며 장현식을 돕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날 투수전은 역사에 남을 기록들을 세웠다. 우선 1989년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후 첫 무자책 경기가 됐다. 롯데의 1점은 홈을 밟은 번즈가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얻어 장현식의 자책점이 아니었다. 포스트시즌 전체로 봐도 네 번째다. 또 준플레이오프에서 1대 0 경기가 나온 것은 1993년 OB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2차전 이후 24년 만이다.
승부의 추가 기울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11일 오후 6시 30분 마산구장에서 열린다. 선발은 송승준(롯데)과 제프 맨쉽(NC)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레일리의 혈투… 거인 ‘붉은 반격’
입력 2017-10-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