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의 재심에서 가해학생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피해학생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가해학생이 신청한 학폭위 재심 인용률은 꾸준히 40%대에 머물렀다. 반면 피해학생의 재심 인용률은 30% 초반대에 머물다가 2016학년도에는 20%대로 떨어졌다.
2014학년도에 학폭위 재심을 신청한 피해학생 493명 중 재심이 인용된 경우는 155건(31.4%)이었다. 같은 기간 가해학생의 재심 인용률은 42.6%였다. 피해학생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2015학년도에도 피해학생의 재심 인용률은 31.8%에 그쳤지만 가해학생이 청구한 재심은 408건 중 178건(43.6%)이 인용됐다.
지난해에는 피해학생 재심 청구 건수가 대폭 늘었지만 인용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2016학년도 피해학생 재심 청구 건수는 799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228건 증가했다. 이 중 인용된 건 233건(29.1%)뿐이었다. 같은 기간 가해학생이 청구한 재심 500건 중에서는 223건(44.6%)이 인용됐다.
현행법상 학교폭력 피해·가해학생은 모두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청구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피해학생 측은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처분이 가볍다고 생각할 때나 피해학생에 내려진 보호처분이 부족하다고 볼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가해학생 측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는 전학이나 퇴학처분을 받았을 때로 제한된다. 서면사과부터 퇴학처분까지 9개의 징계조치 중 가장 수위가 높은 2가지 징계에 대해서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가해학생의 재심이 더 많이 인용된다는 건 결국 재심이 가해학생이 징계 수위 낮추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정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학이나 퇴학과 관련된 조치이기 때문에 관할 교육청 등에서 더 엄중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학생의 경우엔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조치가 너무 가볍다고 보고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조치가 적절했다고 판단되면 (재심) 인용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학생은 점점 늘고 있다. 2014학년도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2만6000여명에서 2016학년도에 2만9000여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전체 학생수는 633만여명에서 591만여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가해학생이 징계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는 일 또한 몇 년째 증가 추세다.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징계불복 행정소송은 2014년 35건에서 지난해 77건으로 늘었다. 최근 3년 동안 3심까지 진행된 사건도 8건에 달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단독] 학교폭력 느는데… 가해학생에 관대한 학폭위
입력 2017-10-09 21:33 수정 2017-10-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