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재취업 1위는 삼성… 10년간 124명

입력 2017-10-09 18:10
지난 10년간 4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가장 많이 재취업한 곳은 삼성그룹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퇴직공직자(취업제한대상자) 재취업 심사 승인현황’을 분석해 9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4급 이상 고위공직자 1947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로펌 등에 재취업했다. 이 중 삼성그룹에 재취업한 고위공직자가 124명(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가 그룹 99명(5%), 공기업 73명(4%). 한화그룹 45명(2%), 로펌 45명(2%), 공공기관 40명(2%) 순으로 조사됐다.

박근혜정부 고위공직자 63명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이나 로펌, 공기업 등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13명 정도의 박근혜정부 고위공직자가 유관기관에 재취업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에 재취업한 사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로펌과 직무관련 협회에 재취업한 경우가 각각 9명으로 뒤를 이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유관기관이나 기업 등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거쳐 승인받는 경우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이나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모두 2143건의 취업 신청이 접수됐고 승인율은 91%에 달했다. 승인이 거절된 경우는 196건(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5급 이하 공무원들의 재취업 승인율은 83%였다. 고위공직자들이 하위직에 비해 재취업 승인을 받기 쉬운 셈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85%가 퇴직 후 1년 이내에 일자리를 찾았다.

출신 부서별로는 국방부 출신 재취업자가 5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통령실 136명, 금감원 118명, 검찰청 109명, 국가정보원 92명, 경찰 84명, 감사원 82명 순이다. 주로 인허가와 관련된 기관이나 사정기관 출신 공직자들의 재취업이 많았다. 국방부 출신은 방위산업체, 금융위 출신들은 금융계열사, 공정위 출신은 대형 로펌에 다수 취업한 것으로 분석됐다.

채 의원은 “전관들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관예우식 인사 채용을 근절해야 한다”며 “공직자윤리위가 더욱 엄격한 재취업 심사를 실시해 재취업을 제한하는 제도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