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우려한 8·9일은 넘겼는데… 10·18일 고비, 北의 선택은?

입력 2017-10-09 18:04
미국 3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호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해군기지 출발에 앞서 화물을 탑재하고 있다. 시어도어루스벨트호는 이달 중순 동해상에 출동할 것으로 알려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와 함께 합동훈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해군 제공

청와대가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도발이 유력하다고 판단했던 8일과 9일이 조용히 지나갔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총비서 추대 20주년(8일)을 전후로 무력시위를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침묵을 지켰다. 앞으로 남은 건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일)과 중국 제19차 당대회 개막일(18일)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겨냥한 대형 도발을 재차 강행할지, 아니면 국제적 압박 속에 전략적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추석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북한 곳곳에서 도발 징후가 보인다”면서 “북한 동향을 실시간 감시하면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8∼10일을 북한 도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로 꼽아왔다.

김 위원장의 총비서 추대 20주년과 노동당 창건일이 ‘패키지’로 묶여 있어 북한이 대외적 과시를 위한 무력도발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 다음으로는 18일이 거론됐다.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협조한 중국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북한은 중국이 공들였던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일(9월 3일)에 6차 핵실험을 하는 등 최근 들어 중국 ‘잔칫날’에 재를 뿌리는 행위를 거듭해 왔다. 이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높아지는 중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항의표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정부가 꼽았던 4차례 도발 예상일 중 절반이 별다른 도발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은 추석 연휴 기간 내내 고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든 도발을 감행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라며 “특히 최근에는 늦은 밤과 새벽에 기습 도발을 이어온 만큼 상시적으로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군의 대북 감시자산을 증강 운용하고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해 도발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예상과 달리 이번 당 창건 기념일을 조용히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또는 중국과의 관계,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지금은 도발의 최적 시기가 아니라는 계산을 했다는 의미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모호한 화법으로 대북 군사행동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굳이 또 다른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6주기(12월 17일)까지 내다보고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당 창건일 당일엔 잠잠하다가 닷새 뒤인 10월 15일과 20일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지난해 10월 15일은 한·미 해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이 끝난 날이었고, 20일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가 열리는 날이어서 이를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준구 권지혜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