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부기구(NGO) 연합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출범한 지 10년밖에 안 된 반핵(反核) 단체의 수상에는 고조되고 있는 북핵 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반핵 또는 탈핵 운동은 기독교계와 유관합니다. ICAN 사무실은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교회협의회(WCC) 에큐메니컬센터 안에 있습니다. 물리적 근접함이 다가 아닙니다. 베아트리체 핀 ICAN 사무총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에큐메니컬센터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수상 수락 기자회견에서 반핵운동을 함께 시작하고 지원한 WCC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ICAN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지난 7월 유엔이 ‘유엔핵무기금지조약’을 채택하도록 이끈 일인데, WCC도 일조했습니다.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의 금지와 기존 핵무기 완전 폐기를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WCC는 꾸준히 반핵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1983년 WCC 제6차 총회에서는 ‘핵무기 보유와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적 사법 기구 설치’를 요구했습니다. 2013년 한국에서 열린 WCC 10차 총회에서는 동북아시아에서 핵 개발과 핵무기의 제거를 요청했습니다.
ICAN의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WCC는 물론 국내 기독교 단체의 반핵 운동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화통위) 나핵집 위원장은 “이번 노벨 평화상이 주는 메시지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 인류의 안녕을 위해 즉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세계 단체들과 힘을 합쳐 더 적극적으로 반핵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NCCK 화통위는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주장하며 북한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원전 폐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핵없는세상을위한한국그리스도인연대(핵그련)의 양재성 목사는 “핵 문제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생명을 무참히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로서는 당연히 앞장서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핵보유국이나 핵우산 속에 있는 나라들은 핵 균형 유지,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핵무기 폐기에 반대합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4장 27절에서 “평안을 우리에게 줄 것이며 그 평안은 세상이 주는 것과 다르기에 근심하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
‘전쟁’과 ‘방사능 피폭’ 등의 불안을 담보로 한 평화는 불완전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상론자’라는 비아냥을 들을지라도 주님이 말씀하신 완전한 평화를 향한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미션 톡!] WCC와 한지붕… 기독교계 반핵운동 힘 실릴까
입력 2017-10-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