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얼 vs 후춘화… ‘포스트 시진핑’ 결정될까

입력 2017-10-10 05:01

오는 18일 예정된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가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고 지도부에 누가 입성하게 될지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가 공고한 상황이어서 차세대 지도자로 누가 발탁될지, 후계구도가 공식화될지 등이 최대 관전 포인트다. 또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상무위원 수를 현재 7명에서 5명으로 축소하거나 ‘당주석제’를 부활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9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신임 상무위원 후보로는 천민얼(56) 충칭시 당서기, 후춘화(54) 광둥성 당서기, 리잔수(67) 중앙판공처 주임, 왕양(62) 부총리, 왕후닝(61)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한정(63) 상하이 당서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남고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포함해 5명이 퇴임한다면 이들 중 5명이 최고 권부에 진입하게 된다.

가장 큰 관심은 천민얼과 후춘화 중 누가 차기 후계자가 되느냐다. 천민얼은 지난 7월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가 부패 혐의로 낙마한 자리에 발탁되며 급부상했다. 그는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로 있을 때 시 주석의 신문 칼럼 ‘즈장신위’ 초고를 4년간이나 써 복심으로 통한다. 푸젠성 저장성 상하이시 중앙당교 등에서 시 주석과 함께한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측근 그룹)’의 대표인물이다. 후춘화는 시자쥔이 아니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인맥인 공청단 출신으로 ‘작은 후진타오’로 불리기도 했다. 천민얼이 부상하기 전 쑨정차이와 차기 후계를 다퉜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천민얼이 부상하면서 은인자중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후계군으로 분류된다. 19차 당대회가 폐막하고 새로 선출된 상무위원들이 언론에 서열순으로 등장하는데 두 사람 중 먼저 나타나는 인물이 후계자로 유력하다.

이들 외에 왕치산이 퇴진하면 시 주석의 비서실장격인 리잔수 주임이 상무위원으로 발탁돼 기율위 서기를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30대 초반부터 시 주석과 막역한 사이로 지내왔다. 지난해 시 주석의 지위를 ‘당 핵심’으로 격상하고, ‘시진핑 사상’을 당헌에 명기하는 일 등을 맡아 왔다. 2015년 초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위해 사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왕양 부총리는 시 주석의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상무 부총리나 전인대 위원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정 시장은 대표적인 상하이방으로 상무 부총리나 정치협상회의 주석 등에 거론된다.

왕후닝 주임은 시 주석의 해외순방을 수행하고 대외정책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중국의 키신저’로도 불린다. 일각에선 그의 상무위원 진입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본인이 별로 의지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상무위원 숫자가 현행 7인제에서 5인제로 줄면 젊은 천민얼과 후춘화는 빠지고 시진핑 리커창 왕치산 왕양 리잔수로 정리될 수도 있다. 왕치산이 퇴임하면 한정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후계자는 지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당 주석제를 도입할 경우에도 판이 달라진다. 현행 총서기 개념은 다른 상무위원과 평등한 지위에서 회의를 주재하지만 당 주석제는 부주석이 주석에게 보고하는 형식이어서 권위 자체가 다르다. 다만 이미 시 주석의 권력이 막강해진 상황이어서 ‘5인 상무위원’이나 당 주석제는 현재로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