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35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된 공군의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 교체 사업이 개발 업체 부정행위와 방위사업청의 부실한 사업 관리가 맞물려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군 전력 공백은 물론 핵심 기술 국산화라는 전략 목표마저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방사청 자료와 감사원 감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방사청은 2015년 도입을 목표로 LIG넥스원(LIG) 주관 하에 연구·개발이 진행됐던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 교체 사업에 대해 지난달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이달 말 재논의 후 최종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는 200노티컬마일(NM·약 370㎞) 이상의 탐지거리로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내 적 항공기 동향을 포착하는 방공 핵심 장비다. 군은 노후 기기를 국산으로 대체해 기술 축적과 비용 감축(1기당 약 80억원 절감)을 기대해 왔다.
LIG는 개발 착수 3년 만인 2014년 상반기 자체 시험평가를 실시해 ‘기준 충족’ 평가를 내렸다. 이에 공군은 2014년 하반기부터 1차 운용시험 평가를 진행했으나 99개 중 15개 시험 항목에서 결함이 확인돼 ‘부적합’으로 판정했다. 이후 방사청의 재평가에서도 기간 내 보완이 불가한 결함 등 10개 항목이 기준 미달로 드러나 평가를 중단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이 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올해 5월 시험평가 조작과 관리감독 부실을 대거 지적한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LIG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자기파 적합성 등 기준 미달로 지적한 항목들도 자체 시험성적서에는 기준 충족으로 명시하고, 시험 장소를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1차 평가에서 결함이 확인된 항목들조차 보완되지 않아 재평가 시 9개 항목에서 재차 미달 판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방사청의 책임 방기도 지적됐다.
방사청은 운용시험 재평가 착수 당시 핵심 기술 국산화와 비용 절감 등 사업의 중요도를 고려할 때 섣부른 사업 중단은 어려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레이더 도입이 원점에서 재추진될 경우 2019년으로 늦춰진 전력화 일정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엄중 조치는 필요하지만 국내 기술 생산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사업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조속한 전력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IG 측은 “시험 장소 변경은 방사청에 사전 승인을 받았고 시험성적서 역시 부적절한 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 LIG 측은 또 방사청이 군 사업 입찰 참가자격 3개월 제한 조치를 내린 데 대해서도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단독] 350억 날린 軍 ‘장거리 레이더 사업’… 방공망 공백 현실화
입력 2017-10-09 18:42 수정 2017-10-09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