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감서 적폐청산 속도전… ‘출구전략’도 고민

입력 2017-10-10 05:00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 대표는 적폐청산을 거듭 강조했다. 오른쪽은 우원식 원내대표.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권이 ‘북핵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쌍끌이 난관에 직면하면서 적폐청산 속도전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북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중 2강의 경제 압박까지 겹치자 ‘청산’ 기조만으론 국정운영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국정감사에서 적폐청산에 총력을 기울이더라도 이후에는 민생 이슈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연휴) 민심의 핵심은 제대로 적폐를 청산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은 낡은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사익추구 수단으로 국가권력을 악용한 이명박·박근혜정부 부패를 단절하는 게 어떻게 정치보복이냐”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시작되는 국감을 앞두고 보수 야권이 주장하는 보복 프레임에 대한 반박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FTA 개정 협상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야당의) ‘한·미동맹 악화’ ‘대통령 사과’ 운운은 견강부회이자 침소봉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의원실별 국감 관련 보도성과를 평가해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의원들의 활동은 사실상 당내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한 전임 정부 비위 고발 활동에 집중돼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의원들이 찾아낸 전임 정부 문제점들이 많다. 다들 하나씩은 들고 있어서 국감에서는 털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그러나 완급조절이 시급하다는 기류도 읽힌다. 북핵 안보 위기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THAAD)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과 미국의 통상 압박이 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 ‘과거’에 집중된 사안인 만큼 집권의 핵심인 ‘미래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적폐청산 장기화가 국정운영 동력 상실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는 만큼 정치적으로 다소 불리하더라도 청산은 끝까지 해야 한다”면서도 “국감이 끝나면 명백히 법을 위반한 부분 위주로 진행하고 당은 민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국감까지는 적폐청산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이후에는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며 “혁신성장이나 4차 산업혁명, 한·중 한·미 외교 관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내년은 적폐청산이 아니라 무조건 경제를 이슈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복지 확대로 재정이 불안정해지고 기대한 만큼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이 받쳐주지 못하면 적폐청산이 설 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