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4만여 마리를 키우던 A씨는 2014년 1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키우던 닭을 모두 살처분했다. A씨는 하림과 계약을 맺고 닭을 키우는 계열화 농가였다. A씨는 살처분 직후 정부로부터 보상금 1억2000만원을 받았다. 하림과 같은 대기업과 계약한 농가는 살처분 보상비 중 병아리비 등 원가를 제외한 나머지를 가져간다. A씨가 AI 발병 전 병아리 입식 시 하림과 계약한 병아리 원가는 마리당 450원이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살처분 당시 시세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어 살처분 당시 마리당 800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농가가 350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셈이다. 원칙적으로 하림은 처음 계약한 마리당 450원의 원가만 가져가야 했지만 350원의 시세차익 중 70원을 붙여 마리당 520원을 정산해 가져갔다. 하림 관계자는 “AI가 발생하지 않고 도축했으면 마리당 450원만 비용으로 가져가겠지만 살처분 보상금이 시세대로 높게 나오면서 마리당 520원으로 산정해 원가보다 70원 더 비용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하림과 사조 등 대기업들이 AI 살처분 보상금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육계협회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대기업 계열화 육계 농가의 AI 살처분 보상금 정산 사례 15건 중 대기업들이 당시 병아리 생산원가인 마리당 326원보다 낮게 책정한 사례는 단 1건뿐이었다. 하림과 토종닭 계약을 맺은 농가의 경우 AI 살처분 보상금 중 농가 몫은 평균 21%에 불과했다.
특히 A씨 사례처럼 살처분 정산을 한 뒤 비공식적으로 병아리 값을 재정산해 농가 몫을 빼앗아간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들은 2014년 180억원의 AI 살처분 보상금을 농가 대신 직접 수령해 문제를 일으켰다. 김 의원은 “대기업들이 살처분된 닭을 기르는 데 소요된 원자재 비용만 가져간다고 하면서 뒤로는 농가 몫을 빼앗아 갔다”며 “정부가 보상금 산출에서 집행까지 관리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지급한 AI 살처분 보상금은 1조3000억원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단독] AI 살처분 보상금 대기업 배만 불렸다
입력 2017-10-09 19:26 수정 2017-10-10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