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빛 본 유엔의 ‘월인천강지곡’

입력 2017-10-09 18:57 수정 2017-10-09 23:25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총회장 입구 부근에 전시 중인 월인천강지곡 동판과 인쇄본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1991년 정부가 유엔 가입을 기념해 증정했던 월인천강지곡 인쇄 동판과 인쇄본이 뒤늦게 빛을 봤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 면담을 위해 뉴욕 유엔본부를 찾았다. 그런데 유엔총회장 입구 근처에 월인천강지곡 동판과 인쇄본이 나란히 전시돼 있는 걸 목격했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 여기에 전시돼 있느냐”며 관심을 보인 뒤 동선을 벗어나 직접 둘러봤다.

동판은 월인천강지곡을 인간문화재 안성유기장 김근수씨가 금속활자판으로 제작한 것이다. 당초 유엔본부 2층에 전시됐고 검색대 등에 가려져 있어 홀대 논란도 있었다. 최초의 한글 활자본인 월인천강지곡의 권상(卷上)은 지난 1월 보물(398호)에서 국보(320호)로 승격됐다.

문 대통령은 9일 한글날을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엔총회에 갔을 때 유엔본부에 전시된 활자본 월인천강지곡을 보았다”며 “한글 창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앞섰던 금속활자 인쇄를 전 세계에 소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글의 과학성은 오늘날 컴퓨터와 휴대전화 문자 입력체계의 우수성으로 또다시 증명되고 있다. SNS 시대에서 한글의 위대함이 더욱 빛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민주주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한글의 가장 위대한 점은 사람을 위하고 생각하는 마음”이라며 “한글은 배우기 쉽고, 우리말을 들리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 의사소통이 쉽다. 만백성 모두가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누구나 자신의 뜻을 쉽게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글은 단지 세계 여러 문자 가운데 하나인 것이 아니라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유일한 문자”라며 “한글이 있었기에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과 가장 높은 교육수준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기간 ‘삼디(3D)’, ‘오지(5G)’ 등으로 발음해 논란이 되자 “‘3’을 왜 ‘삼’이라 읽지 못하고 ‘쓰리’라 읽어야 하나”고 반박한 적이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