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당국이 은행 창구에 직접 가지 않고도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한 후 다섯 달이 되도록 진행과정이 감감무소식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출범과 함께 이를 가능토록 한 반면 시중은행들은 당장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논의 자체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현장점검반 조사 뒤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에 이 문제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금융소비자가 신용등급 상승 등의 요인이 생기면 기존에 안고 있던 변동금리 대출 금리를 내리도록 금융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처음으로 은행업계와 의견을 나눈 금감원은 TF 구성 때 하반기 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태 구체안은 나오지 않았다. 주된 이유는 손익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리인하 요구가 쉬워지면) 은행들의 손익에 좋은 영향이 미칠 리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은행마다 금리인하권 수용 수준에 편차가 커 입장에도 온도차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은행 쪽에서 반대가 있다”고 말했다.
머뭇거리는 시중은행과 반대로 올해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은 강점을 살려 이미 비대면으로 금리인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27일 영업 개시와 함께 비대면 금리인하 요구를 가능케 했다. 이어 케이뱅크도 8월 11일부터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에 관련 메뉴를 신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곧장 은행업권 전체에 ‘메기효과’로 작용하진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들 인터넷은행의 영업기간이 아직 짧아 손익에 영향이 없었기에 과감한 조치가 가능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금리인하 신청 자체의 편의를 강화하도록 시중은행에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 심사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어디까지 대면 방식으로 남겨놓을지는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화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반영할지 전산 처리나 심사 서류 요건 등을 은행권과 협의하는 과정이다. 세부사항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서도 “연내에 시행할 수 있을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조효석 홍석호 기자 promene@kmib.co.kr
[인터넷은행 효과] 시중은행에 “이자 낮춰 달라” 요구하기, 언제쯤 쉬워질까
입력 2017-10-10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