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로 가득한 어항에 메기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미꾸라지는 천적인 메기를 피해 바쁘게 움직이게 되고 생기를 찾게 된다. 이런 효과를 ‘메기효과’라고 부른다. 미꾸라지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적절한 위협과 자극이 필요하다. 올해 4월과 7월 은행권에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메기가 풀렸다. 과연 메기효과가 발생했을까.
인터넷전문은행 돌풍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7일 밤 12시 기준 신규고객 수가 390만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예금과 적금을 합한 수신 금액은 3조1200억원, 실제 대출이 집행된 여신 규모는 2조57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체크카드 발급은 총 280만장이었다.
지난 4월 출범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하루 만에 4만명, 영업 시작 100일차에 40만명의 고객 수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수요로 지난 7월 인기를 끌었던 대표상품 ‘직장인K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다음 달 신용대출을 다시 시작하고, 연내 100%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아파트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방카슈랑스도 출범 계획이다. 후발주자 돌풍에 맞설 카드들이다.
시중은행의 ‘미투 전략’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은 시중은행에 일정 부분 메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미를 본 해외송금, 소액 신용대출 등에 시중은행도 ‘미투(Me Too) 전략’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7월 이후 4대 시중은행은 마이너스통장대출 평균금리를 낮췄다. KB국민은행의 마이너스통장대출 평균금리는 7월 연 4.64%였는데 8월엔 연 3.89%로 0.75% 포인트나 낮아졌다. 신한은행도 연 3.53%에서 연 3.46%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각각 연 3.74%, 연 3.72%에서 연 3.71%로 평균금리를 낮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편리함을 무기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하자 시중은행도 견제하기 위해 금리를 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송금도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낮추자 시중은행들도 반격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미국 영국 등 22개국에 5000달러 이하 금액을 송금할 때 5000원, 5000달러 초과 시 1만원을 받는다. 국민은행은 동남아 15개 국가에 돈을 보낼 때 송금 수수료를 건당 1000원으로 낮춘 ‘KB 원아시아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놨다. KEB하나은행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 ‘1Q Transfer’ 지역에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추가해 서비스 지역을 38개국으로 확대했다.
남은 숙제는
인터넷전문은행 앞에는 몇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여겼던 중신용·중금리 시장의 미흡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금액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의 고신용자(1∼3등급) 대출 비중은 87.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 78.2%보다 9.3% 포인트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신용자(4∼6등급) 비중은 11.9%로 시중은행 평균(17.5%)보다 낮았다. 주로 고신용자들에게 적용되는 금리 5% 미만의 저금리 대출 비중도 인터넷전문은행이 82.5%로 77.0%로 집계된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이는 편의성과 낮은 금리를 무기로 삼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이 고신용자들에게 먹혔기 때문이다. 신용등급별 대출 금리를 보면 고신용자를 제외한 신용등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제공하는 금리가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쉽지 않은 문제다. 현행 은행법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 4%)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카카오(10%) KT(8%)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의 자본 확충이 쉽지 않고, 인터넷전문은행은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두 곳의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올 하반기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 성공하긴 했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은행법 개정안이나 특례법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
[인터넷은행 효과] ‘미투 전략’ 촉발한 인터넷은행, 정말 ‘메기’인가
입력 2017-10-10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