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선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각 타자마다 선호하는 공이 있고, 타구도 일정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어떤 타자는 유독 한 팀과 한 투수에게 강점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일부 감독들은 특정 투수가 나올 때 한 타자를 중용하고, 수비 때는 시프트를 사용한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넘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런 속설이 증명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권희동의 맹활약에 힘입어 9대 2 낙승을 거뒀다. 7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권희동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연장 11회초 2-2 동점 상황에서 귀중한 결승타를 때려내며 데일리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권희동은 정규시즌 롯데를 상대로 불방망이를 뽐냈다.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4할(0.393) 가까운 고감도 타율을 자랑했다. 올 시즌 19개 홈런 중 5개를 롯데전에서 때리는 등 ‘롯데 킬러’로 군림했다. 이런 모습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데이터의 위력은 앞서 지난 5일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드러났다. NC 나성범은 SK 와이번스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정규시즌 SK 상대 타율이 무려 0.453에 달했다. 나성범은 속설을 입증하듯 1회 스리런포를 작렬하는 등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반면 롯데 킬러로 이름을 떨치는 권희동은 SK에 약했다. 정규시즌 타율이 0.189로 2할에도 못미쳤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치며 7회 교체됐다.
롯데 강타자 강민호는 NC 투수 에릭 해커에게 유독 약했다. 올해 7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2014년부터 올 시즌까지 12타수 무안타에 4삼진이었다. 하지만 롯데 조원우 감독은 일발 장타가 있는 강민호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5번타자로 기용하며 데이터가 틀리기를 바랬다. 하지만 강민호는 해커를 맞아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데이터가 만능이 아닌 이상 일부 오류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하필 8일 몇몇 롯데 타자를 상대로 오류가 나타났고 이것이 패배의 계기가 됐다. 롯데 리드오프 전준우와 최준석은 올해 해커 상대로 아주 강했다. 전준우는 올 시즌 해커에 2타수 2안타로 100% 안타를 만들어냈고 최준석은 3타수 2안타를 쳤다. 그런데 이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가을무대에서 들어맞지 않았다. 전준우는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고 최준석은 3타수 무안타 삼진 2개로 철저히 봉쇄됐다.
롯데 조 감독은 강민호 등 주요 타자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데이터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조 감독은 9일 전날 해커에게 꽁꽁 막힌 강민호의 실수에 대한 질문에 “그래도 롯데의 강민호”라며 감쌌다. 다만 타순은 5번에서 7번으로 조정, 부담감을 줄여줬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韓·美 포스트시즌서도 통한 ‘데이터 야구’
입력 2017-10-09 20:51 수정 2017-10-09 2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