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한국형 신형 원전 모델 ‘APR1400’을 유럽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 원전 기술이 집약된 이 모델이 깐깐한 유럽 인증 심사를 통과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주 중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이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된 두 원전의 공사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심사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PR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한국의 탈원전 흐름이 원전 수출에 이미지 타격 등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APR1400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 모델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과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2호기가 이 모델로 지어졌다. EU-APR은 APR1400을 유럽의 원전 안전규제·기준에 맞게 설계한 모델이다. 한수원은 “이번 심사 통과로 유럽뿐 아니라 유럽 원전 사업자들의 요건을 기준으로 삼는 남아공, 이집트 등에도 원전 수출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UR 인증은 유럽 12개국, 14개 원전사업자로 구성된 유럽사업자협회가 유럽에 건설될 신형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심사하는 절차다. 유럽권 건설사업자들은 이 인증을 표준 입찰요건으로 사용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근 영국 체코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에서 기존 원전을 대체할 신규 원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넓어진 유럽 시장으로부터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EUR 인증을 받은 건 본심사가 시작된 지 24개월 만이다. 한수원, 한전기술 등 한국 원자력 업계는 2011년 12월 유럽사업자요건 인증 심사를 신청해 2년 동안 예비평가를 받고 2015년 11월 본심사를 받기 시작했다. 원자력 업계는 기술문서만 620여건을 제출하며 EU-APR이 4500여개 인증요건을 만족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수원은 2014년 미국에도 ‘미국형 원전 표준설계’ 인증 심사를 신청해 미국 원전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 표준 설계는 미국이 원전 입찰규격과 기술규제·지침을 반영해 만든 기준이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이번 인증으로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고 국산 원전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며 “한국 원전이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한국형 原電’ 유럽 수출길 열렸다
입력 2017-10-09 19:07 수정 2017-10-09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