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다단계 지고 추억의 방문판매 뜬다

입력 2017-10-10 05:00

다단계판매가 지고 방문판매(방판)가 뜨고 있다. 암웨이 등 외국계 기업이 다수인 다단계업체 매출액은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파’ 위주 방판업체는 가파른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피라미드 상위 판매원이 후원수당을 독식하는 다단계와 달리 상대적으로 하위 판매원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은 방판 특성에 판매원이 몰리는 게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판매 시장은 업체 수, 시장 매출액, 판매원 수, 후원수당 지급 총액이 모두 1년 전보다 증가했다.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6% 증가한 3조3417억원으로 3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판매원 수는 무려 34% 늘어난 37만2000명이었다.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후원수당 지급 총액도 16.2% 증가한 895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다단계 시장은 움츠러들었다. 다단계업체 수는 감소했고 매출액은 1년 전보다 0.4% 감소한 5조1306억원이었다. 다단계업체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다단계와 방문판매 방식은 유사하다.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소비자에게 권유해 판매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은 다단계와 방판이 같다. 방판은 다단계와 통합 관리되다가 2012년부터 공정위가 별도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다단계와 방판의 차이점은 후원수당 지급 방식이 다단계는 3단계 이상 운영되는 반면 방판은 1단계 지급 방식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두 판매 방식 모두 피라미드 구조의 판매원으로 운영되지만 다단계는 가장 상위에 위치한 판매원이 3단계에서 수십 단계 밑의 판매원의 실적 수당 일부를 자신의 몫으로 가져간다. 반면 방판은 자신의 바로 밑에 위치한 판매원 실적에 대해서만 수당 일부를 갖고 갈 뿐 그 하위에 수백, 수천명의 판매원이 있더라도 자신의 수당과는 상관이 없다.

2010년 경기침체로 인해 다단계 판매원이 증가 추세에 있었지만 수당의 상위 1% 독식 현상이 심해지면서 하위 판매원들이 방판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6년 기준 다단계 시장에서 상위 1% 판매원이 갖고 가는 후원수당은 전체 수당의 54.7%로 절반이 넘었다. 반면 방판 시장 상위 1% 판매원이 지급받은 후원수당 총액 비중은 7.7%에 불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단계 시장이 주춤한 사이 방판 시장이 그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면서 “올해도 이런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