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가 지휘봉을 휘젓자 무대 위 대형 오케스트라가 극 중 명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무대 중앙 등 5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선 꿈과 현실 사이를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하늘은 점차 붉은 빛깔로 물들었다. 가을 저녁 야외무대 돗자리 맥주 그리고 라라랜드의 음악.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처음 선보인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7(슬라슬라)’의 시작이었다.
허위츠는 세계 최초로 피아노 트럼펫 드럼 베이스 색소폰 기타 트롬본 연주자 7인과 국내 71인조 오케스트라를 모두 갖추고 영화 속 오리지널 사운드를 무대 위에서 구현했다. 영화 속에 갇혀 있던 재즈 음악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면서 악기가 제각기 소리를 내뿜었다. 특히 후반부, 영화와 공연의 절정이 맞물리면서 관객 1만5000여명은 환상 세계로 빠졌다.
‘라라랜드 인 콘서트’로 한껏 뜨거워진 분위기를 ‘한스 짐머의 라이브’가 이어받았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는 직접 선별한 19인조 밴드를 진두지휘하며 과거 작업했던 영화 ‘라이온 킹’ ‘글래디에이터’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인셉션’ 등 17편 속 음악을 선사했다. 아시아 최초 공연에 나선 짐머는 반팔을 입은 채로 피아노와 기타를 직접 연주하면서 진행까지 도맡았다. 할리우드가 짐머의 음악을 사랑한 이유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화려했다.
웅장한 사운드뿐 아니라 진귀한 볼거리도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중국계 미국인 첼리스트 티나 궈는 전자 첼로와 사랑을 나누듯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현란한 연주를 보여줬다. 다크나이트 음악이 울려 퍼질 땐 배우 이병헌이 깜짝 등장해 짐머가 쓴 글을 대신 읽었다. 2008년 숨진 다크나이트 조커 역의 배우 히스 레저를 추모하고 곡의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짐머는 곡마다 주요 연주자를 모두 소개해나가면서 실력과 여유를 마음껏 뽐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공연 리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7’ 무대서 생생하게 되살아난 영화 속 명곡들
입력 2017-10-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