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패스 미스·흐트러진 수비 집중력… 신태용호, 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입력 2017-10-09 05:01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수들이 7일(한국시간)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2대4로 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현수, 김주영, 권경원. 대한축구협회 제공

공격에서 변화의 조짐은 보였다. 하지만 풀어야할 숙제는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유럽 평가전 원정에 돌입한 ‘신태용호 2기’가 러시아전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큰 아쉬움을 남겼다. 가뜩이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부진한 경기내용으로 질타를 받은 신태용호가 여전히 흐트러진 수비 집중력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팬들의 믿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지난달 신태용호는 우여곡절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궈냈다. 그러나 ‘히딩크 논란’ ‘거짓해명’ 등으로 축구팬들의 신임을 잃으면서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내년 월드컵 본선까지는 8개월가량을 남겨뒀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한 평가전이라지만 신태용호의 승리가 절실했던 이유다.

한국은 지난 7일(한국시간) 러시아전에서 2대 4로 완패했다. 공언한대로 신태용 감독은 실점 부담을 안고도 자신이 추구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간결한 패스를 통한 빠른 공격 전개, 침투 플레이, 과감한 슈팅 등은 최종예선때보다는 나아졌다는 평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이었다. 이날 한국의 슈팅수는 12개로 러시아(8개)보다 많았다. 유효슈팅도 러시아보다 2개 많은 6개를 날렸다. 경기 막판에는 2골을 만회했지만 4골을 앞선 러시아의 수비진이 느슨해진 상황이어서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수비진의 불안함을 지우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수비수들이 커버플레이조차 제대로 못하며 4골이나 무력하게 내준 것은 심각할 정도다. 특히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신 감독이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수비 불안 문제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는 점에서 헐거운 수비는 일회성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스리백으로 나선 권경원(톈진 취안젠)-장현수(FC도쿄)-김주영(허베이 화샤)은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았다. 잦은 패스 미스 등으로 엇박자를 내며 상대 공격수들에게 번번이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김주영은 1분 30초 동안 2개의 자책골을 몰아넣은 뒤 멘탈이 완전히 붕괴됐다.

신태용호는 세트피스 수비에도 큰 취약점을 보였다.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헤딩 실수를 범하는 등 미숙한 볼 처리가 나왔고, 결국 러시아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 9분에도 코너킥 수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자책골의 빌미를 줬다.

신태용호는 10일 밤 ‘아프리카의 복병’모로코와 맞붙는다. 모로코는 8일 러시아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C조 예선 5차전 가봉과의 경기에서 3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승점 9점째를 챙긴 모로코는 코트디부아르(8점)를 끌어내리고 조 선두에 오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모로코전에서조차 승리하지 못할 경우 신태용 감독의 위치가 불안해질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팬심은 들끓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