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의 외부 일정 외에는 열흘간의 ‘황금연휴’ 동안 청와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국내외 당면 과제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었다. 외교안보 현안인 북한 핵 문제와 적폐청산 등 국내 현안이 ‘추석 구상’의 주된 내용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문 대통령이 연휴 기간에도 북한 관련 동향에 대해서는 수시로 보고받았다”며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을 전후로 도발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보고가 중심이 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면한 도발 대응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장기적 해법에 대해서도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북핵 문제를 주도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독자 제재 및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 와중에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은 한·미 관계의 ‘암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전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 또한 연휴 기간 문 대통령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며 적폐청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검찰,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전임 정권 사정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로 적폐청산 작업 자체가 여야 정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쟁이 격화될 경우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도 국회 동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정감사 기간에 정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달 27일 여야 대표 회동에서 터놓은 협치의 물꼬가 닫히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휴 기간 두 차례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도로공사 교통정보센터를 방문해 귀성길 도로 상황을 점검하고 근로자들을 위로했다. 교통방송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해 귀성길 교통정보를 전하는 등 ‘일일 교통통신원’ 역할도 맡았다.
6일에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TK(대구·경북) 지역 방문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친인 류창해씨의 안내로 마을 곳곳을 둘러보고 오찬을 함께했다. 하회마을 방명록에는 ‘재조산하(再造山河)와 징비(懲毖) 정신을 되새깁니다’라고 적었다.
‘재조산하’는 류 선생이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게 적어준 글귀로 ‘나라를 다시 만들다’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올해의 신년사로 꼽은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적폐청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징비’는 ‘지난 잘못과 비리를 경계해 삼간다’는 뜻으로 류 선생이 임진왜란 당시 참상을 기록한 ‘징비록’에서 연유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文 대통령의 추석 구상 핵심은 ‘북핵과 적폐청산’
입력 2017-10-08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