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 2월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EBS 사장에게 직원들의 연차휴가(연가) 우선 사용을 장려·촉진할 것을 권고했다. 일부 EBS 직원들이 사내 연수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등 연수를 휴가처럼 이용하면서도 연가를 다 쓰지 않고 연가보상비를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14년에도 한국방송공사(KBS)가 직원들의 연가보상비로 수억원을 지출한 점을 지적하며 연가 사용 촉진을 통해 연가보상비를 절감하라고 KBS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감사원 직원들은 지난 5년 새 연가를 절반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연가보상금도 해마다 수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이 다른 기관에는 연가보상비 절감을 위해 엄격한 연가 사용을 촉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연가 사용에 소극적이었다는 의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 직원들의 연가 사용 비율은 올 8월 말 기준 38.9%에 불과했다. 2013년 46.9%, 2014년 45.3%, 2015년 47.4%, 2016년 45.6%로 모두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감사원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연가보상비도 2013년 98만8000원에서 지난해 113만2000원으로 증가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총 6억7000만원을 직원들 연가보상비로 지급했다.
주 의원은 “피감기관들에 감사원의 영(令)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감사원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연가 사용 비율은 44.7%로 민간기업(55.1%)보다 낮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단독] 피감기관에 연차 사용 촉구하더니 감사원 직원들 절반도 못 갔다
입력 2017-10-08 17:22 수정 2017-10-08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