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정감사는 ‘이명박 vs 노무현’ 싸움

입력 2017-10-09 05:00

문재인정부 들어 첫 국회 국정감사가 오는 12일 시작된다. 여당과 보수야당은 벌써부터 서로를 ‘암적 적폐’ ‘원조 적폐’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여론전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정부를 정조준한 상태이고, 자유한국당은 노무현정부를 겨냥하고 있어 이번 국감은 과거 정부를 둘러싼 정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개회와 동시에 이명박정부 당시 생산된 ‘민간인·문화예술인 사찰 의혹’과 ‘2012년 총선 개입 의혹’ 문건 등을 대량 공개하며 물량 공세를 펼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이 전 대통령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8일 “지난해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국민은 우리나라를 ‘병든 국가’로 진단했으므로, 새로운 정부와 여당은 전임 정부의 암적 적폐를 들어내는 것이 임무”라며 “적폐청산이라는 표현에 다소 피로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반드시 암덩어리를 제거해 ‘유능한 정권’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 등 외부 요인과 1년 넘게 이어진 적폐청산 기조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약화된 ‘국정 드라이브’를 적폐에 대한 국민 여론 환기를 통해 회복하겠다는 계산이다.

한국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 재조명으로 맞불을 놨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미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재수사 요구 검토를 공식화했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새 정부가 출범했으면 미래를 향해 가야 하는데, 계속 정치보복만 하려 든다”며 “우리도 ‘원조 적폐’를 상대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민 지지를 감안해 여당의 공세 수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은 “(권 여사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는 이미 어느 정도 나왔던 것이고, 법사위에도 관련 특검법이 올라와 있다”면서도 “현 정권이 정치 보복을 어느 정도 밀어붙이는지 보고 우리도 공세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공영방송 문제를 놓고도 거친 설전을 주고받을 전망이다. 여당은 전임 정부 시절 선임된 경영진이 언론인과 문화예술인을 상대로 벌인 인사 조치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지난 정권 MBC와 KBS 경영진이 벌인 인사 행태는 인권 유린에 가깝다”며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한국당은 새로운 방송장악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전문위원이 작성한 ‘공영방송 문건’ 논란을 필두로 국정조사 등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태세다.

수비수에서 공격수가 된 한국당은 현 정권 실책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안보·인사·복지 정책 등을 ‘신 적폐’로 규정하고 지난 5개월간 추진된 국정과제들을 깐깐하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대북정책, 전술핵 재배치,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문제 등을 집중 조명하고,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복지 정책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에 대한 ‘퍼주기 논란’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최승욱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