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主타깃으로… 추가대출 사실상 막힐 듯
입력 2017-10-09 05:00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 규제에도 최근 서울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상승세가 가파른 국내 가계부채 문제의 주범이기도 하다.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주택자의 신규 대출을 사실상 막는 강도 높은 대책이 될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3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25일 기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전주의 상승률(0.04%)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세였던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값은 0.1% 올라 8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값의 오름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로 집값이 들썩이는 건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다주택자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8일 “결국 주택 값을 잡는 게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해법의 출발”이라며 “아파트 값 상승 추세를 보면서 대책 발표 시기 및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내년에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2019년 총체적상환능력심사(DSR)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단순히 비율 강화가 아닌 신개념의 대출 규제다. 특히 신DTI는 이미 받아놓은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합쳐 DTI 비율을 산정한다. 원래 DTI가 기존 주담대의 이자만 더했던 것에 비해 강화된 것이다. 본격적인 DSR 시행에 앞선 징검다리 성격의 규제다.
기존 DTI 규제에서 연봉 1억원인 직장인 A씨가 만기 20년, 금리 3%로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연간 대출원금은 1500만원, 이자는 900만원이다. A씨가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면서 주담대를 새로 받으면 DTI 한도는 30%를 적용받는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3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만약 A씨가 주담대 1억5000만원을 같은 조건으로 새로 빌리면 어떻게 될까. 현재 DTI에선 상환액은 기존 주담대 이자 900만원에 새 대출 원리금 1200만원을 더해 2100만원이다. DTI 한도 30%를 넘지 않아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DTI는 기존 대출 원금이 더해져 대출 가능액이 크게 줄어든다. A씨의 경우 새 대출에 기존 대출의 원리금 2400만원을 합치면 연간 상환액이 3600만원이다. DTI 한도를 넘겨 대출 승인이 안 된다. 기존 대출의 원리금만 해도 DTI 한도인 연간 3000만원에 근접하기 때문에 사실상 새 대출이 어려워진다. 다만 신DTI는 개별 대출자의 장래 소득을 심사에 반영하는 점이 변수다. 앞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젊은 직장인은 유리하다. 하지만 50대 이상 직장인이 만기 20년 이상 대출을 받을 경우 장래 소득이 줄어드는 점이 반영돼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DSR은 주담대 원리금을 더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간다. 신용대출 등 사실상 모든 유형의 대출 원리금이 규제 범위에 들어온다. 전세자금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금까지 DSR 산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스통장은 대출 한도 전체를 부채로 잡는다. 대신 자동 연장되는 만기를 기준으로 나눠 반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할부금이 매달 40만원 나가면 연간 480만원이 DSR 심사에서 부채로 잡힌다. 마이너스통장은 5000만원 한도(금리 4%)에 5년까지 연장되는 식이라면 연간 1000만원에 이자 200만원을 더한 1200만원이 DSR의 부채다. 다만 금융 당국은 DSR 비율 한도를 정하지는 않고 당분간 은행 자율규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신DTI의 미래소득 추정 방식은 DSR에도 적용된다.
강도 높은 대출규제로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이 어려워졌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지만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집값 급등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며 “집값이 뛰지 않는 게 장기적으로 나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주요국 대비 한국의 DSR 수준이 높고, 상승 추세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DSR 비율은 12.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국 평균치인 10%보다 높다. KB증권 서영재 연구원은 “위기가 눈앞에 있지는 않더라도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