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지난달 부산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에게 전문가들이 공공연히 붙이는 수식어는 ‘골칫덩이’다. 생태학자인 최재천(사진)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세계 개미 중 이보다 더 골치 아픈 개미는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최 교수가 골치 아프다고 표현한 이유는 붉은 불개미의 독보적인 생존력과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 때문이다. 여왕개미가 하루에 알을 1000개까지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환경 적응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없애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후에는 다양한 피해가 뒤따른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붉은 불개미를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 중 하나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일단 환경에 적응하면 농사도 못 짓고 소도 못 키울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도시라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 교수는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 가전제품 안에서 사는 경우도 보고됐다”며 “LG전자가 해외에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살인 개미’로 불리는 점 등은 과장됐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에 유입된 지 70년이 됐는데, 그 동안 미국에서 이 개미에 물려 죽었다는 이는 8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개미가 원인인지 확실하지도 않다. 인체 위협은 과장”이라고 덧붙였다.
방제 방법은 여왕개미 퇴치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를 찾아 헤맸다. 최 교수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동원된 조사 인력은 비전문가다. 최 교수는 “비전문가가 단기간 길바닥을 뒤진다고 여왕개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명칭 역시 개미 전문가들에게는 비판 대상이다. 당초 ‘붉은 독개미’로 불리다가 지난 3일 긴급 차관회의 이후 갑자기 붉은 불개미로 명칭을 통일하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분류 상 ‘붉은 열마디개미’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정부 마음대로 명칭을 정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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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붉은 불개미’… “‘살인 개미’는 과장… 최대 골칫덩이”
입력 2017-10-09 05:02 수정 2017-10-19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