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울렁증 롯데, 연장전 자멸

입력 2017-10-08 18:22 수정 2017-10-08 23:19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연장 11회초 2사 만루에서 치명적인 패스트볼(포일)을 저지른 뒤 쓴 웃음을 짓고 있다. 뉴시스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는 역사를 놓고 보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구단 이름이 바뀌지 않은 구단이다. 반면 NC는 2013년 처음 1군 무대에 올랐다. 무려 31년이나 차이가 난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NC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하지만 롯데는 2012년 이후 무려 5년 만인 올 시즌 가을무대에 진출했다.

특히 롯데는 가을야구 울렁증이 있는 팀이다. 포스트시즌에서 선수들이 얼어붙어 승리를 헌납하는 경우가 많았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도 롯데의 가을야구 울렁증이 승패를 갈랐다. 반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NC는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를 놓치지 않고 연장 11회 대거 7점을 뽑아 9대 2로 승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4.6%(26번 중 22회)다.

승부는 11회초에 갈렸다. NC는 2-2로 맞선 상황에서 선두타자 지석훈이 2루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이때부터 롯데 포수 강민호의 릴레이 실책성 플레이가 이어졌다. 권희동 타석 때 강민호가 볼을 빠뜨리며 무사 3루가 됐고, 권희동이 곧바로 결승타를 때렸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승부의 향방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강민호가 연속된 2사 만루에서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는 치명적인 패스트볼(포일)을 저질렀다. NC가 이를 틈타 주자 2명이 홈으로 들어오며 2점을 추가해 순식간에 5-2로 달아났다. 이에 실망한 일부 관중이 경기장 안으로 쓰레기를 투척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NC가 또다시 모창민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하며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NC는 노련했다. 기동력도 맘껏 뽐냈다. 1회초 2사 때는 3루에 있던 박민우가 롯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폭투 때 과감한 홈 쇄도로 선취점을 올렸다. 도루도 4개나 했다.

NC 선발 에릭 해커는 7이닝 8피안타 2볼넷을 내주고도 실점을 1점으로 막아 제 역할을 다했다. 연장 10회 4번째 투수로 올라온 원종현은 11회 1사 후 임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겨줄 때까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는 결승타를 친 권희동이 선정됐다.

롯데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안타 9개를 치고도 2점을 뽑는데 그쳤다. 특히 강민호는 5번으로 나와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공수 모두 부진했다. 3번 최준석은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다. 마운드에서도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과 최고 마무리 손승락 등 무려 7명의 투수를 내고도 패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선발은 브룩스 레일리(롯데)와 장현식(NC)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