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입국 후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 소년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독교인을 체포·구금하는 이란 본국에 돌아갈 경우 소년이 박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이란 국적 A군(14) 가족이 “A군을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2010년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들어온 A군은 이듬해 한국인 친구의 전도로 서울의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주일학교에서 성경을 공부했고 매년 두 차례 열리는 교회 수련회와 각종 모임에도 참석했다. 2015년엔 무슬림이었던 아버지를 교회 신자로 등록하게끔 전도했다.
A군 측은 지난해 5월 난민 신청을 했다. 이란 내 가족에게 A군의 개종 사실이 알려져 있다며 “고국에 돌아갈 경우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박해받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군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김 판사는 “A군이 귀국하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A군은 2011∼2012년 이란의 친척에게 개종 사실을 알렸는데 이후 가족들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어 정부에 개종이 알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독교인임을 숨기고 이란에서 생활한다면 박해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경우 종교의 자유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 또한 박해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기독교 개종’ 이란인… 法 “난민으로 받아들여야”
입력 2017-10-08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