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 551억 달러 ‘사상 최대’ 실적… 10월은 글쎄?

입력 2017-10-02 05:01
9월 수출액이 반도체, 철강 등 주력 품목 수출 호조를 앞세워 수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조업일수 증가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출 기업들이 통관을 미리 한데 따른 ‘깜짝’ 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다 대외 여건 악화,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10월엔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0% 증가한 551억3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역대 한 달 수출 최대치인 2014년 10월 516억3000만 달러를 3년 만에 갈아치운 것으로, 1956년 수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산업부는 13대 주력 품목 중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10개 품목에서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등 수출이 고르게 늘면서 9월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은 29.3%나 된다. 반도체는 D램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신형 스마트폰 본격 출시로 인한 물량 증가 등으로 96억9000만 달러를 수출해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멀티칩패키지(MCP) 등의 수출 실적도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아세안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모두 늘었다. 대(對)중국 수출 역시 사드 보복에도 지난해보다 23.4% 증가했다.

하지만 9월 수출 증가로 실물경제가 나아졌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가 있었던 9월에 비해 올해는 조업일수가 2.5일 늘면서 기저효과를 봤다. 또 수출 기업들이 통관 일정을 앞당기면서 10월 수출 물량이 9월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하루 평균 수출도 23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만큼 수출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산업부는 4분기 들어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갈수록 높아지는 북한 리스크를 우려했다. 북핵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된다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지난 29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 리스크가 한 달 전보다 더 커진 것 같다. 더 고조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경제주체 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경제심리 위축은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표상으로는 아직 실물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파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 26∼27일 외국인의 현물채권 매도에 대해 “외국인의 경계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국내 채권 매도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홍석호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