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장 추석 연휴… 소외된 이웃 돌아보는 시간됐으면

입력 2017-10-01 16:06
한가위를 앞두고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올 추석 연휴는 최장 열흘간이어서 이동 인구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이 기간 총 3717만명이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도 19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역대 연휴 가운데 최다 수준이다. 사상 유례 없는 황금연휴를 맞아 나라 전체가 들뜬 분위기다.

가족의 정을 느끼고 편안함이 가득해야 할 한가위지만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만은 않다. 장바구니물가는 치솟고 있고 계속된 불황에 추석 민심은 무겁기만 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0%로 제자리에 머물렀고, 소비·투자·건설 부문은 모두 뒷걸음쳤다. 생활물가 상승률과 체감실업률을 더한 서민들의 경제고통지수는 최근 3년 추석 중 가장 심하고, 8월 기준 임금체불도 21만여명 890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6·25 이후 최대 안보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년들의 어깨도 축 처져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실업자는 모두 100만1000명으로 이 중 절반에 달하는 49만1000명이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가 32만6000명, 전문대 졸업자가 16만5000명이다. 실업자 2명 중 1명가량은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 조사에서는 취업준비생 10명 중 7명이 “취직은 했니?”라는 말이 듣기 싫어 귀향을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명절이나 해외여행이 이들에겐 남의 일이 된 지 오래다. ‘청년백수’에게 명절은 또 다른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이런 청춘들처럼 민족 대이동에 끼지 못하고 한숨짓는 이들도 있다. 실직 등으로 거리나 쉼터에서 보내는 노숙인들, 가족해체로 늘어나는 독거노인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용직 노동자들 등에겐 고향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런 곳이다.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추석은 풍요로운 결실을 담은 민족 최대 명절임에 틀림없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하지만 추석을 통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새 출발에 나서는 ‘힐링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 고단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한가족처럼 배려하는 넉넉한 추석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도 명절에 더 외롭고 슬픈 사람들을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에서 ‘서럽고도 안 서러울 수 있는 자여, 한가윗날 달빛은 다 너희들 편이어니’라고 읊었다. 휘영청 둥근 보름달을 보고 모든 구성원들이 웃는 그런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