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팎의 위기에도 정쟁에 빠진 정치권

입력 2017-10-01 16:05
문재인정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당장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 법안 처리도 곧바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추석 연휴 중에도 서로에게 험한 말을 쏟아내는 비방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추석 민심의 향방이 정치적으로 아무리 중요해도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라는 말로 자극하며 전전(前前) 대통령과 전전전(前前前) 대통령을 앞세운 싸움은 볼썽사나울 뿐이다.

20대 국회도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민생과 개혁을 명분으로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무려 9454건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처리된 법안은 1921건뿐이다. 80%에 달하는 7533건이 국회에 묶여 있다. 지난 28일 본회의에서 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일부 법률안이 통과돼 여야 대표 청와대 회동의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예산결산안 처리도 마찬가지다. 국회법 128조에는 결산안 심의·의결을 정기국회 시작 전에 마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올해 결산안 역시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지키지 않는 한심한 사례로 늘 거론되는 사안이지만 6년째 똑같은 위법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닥친 안보·경제 위기는 심각하다. 북한은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달 중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를 한반도 인근 해역에 출동시켜 군사적 압박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대화를 언급했지만 한껏 고조된 위기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현실화되는 등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경기도 다시 나빠져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런데도 머릿속에 내년 지방선거 생각만 들어 있는 여야 정치인들은 진흙탕싸움을 멈추지 않으니 국민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권이 ‘적폐 청산’과 ‘안보 무능’이라는 구호를 앞세운 프레임 대결에서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 듣기에 좋은 말만 하는 지지자에게 둘러싸여서는 정치적 이익만 따지는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추석을 전후해 고향과 지역구에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