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사진) 셀트리온 회장이 29일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해외 파트너의 요청에 따라 제3공장을 해외에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전쟁 등 유사시 상황을 우려해 공장을 해외에 짓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 회장은 이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원래 제3공장은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해외 파트너들의 요청에 따라 해외에 짓고자 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나라에 지을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에 전쟁이 나지 않으리라고 믿지만 기업은 어떤 상황이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면서 “공급이 중단되면 큰일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약은 한번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해외 파트너 사이에 안정적인 물량 공급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제3공장 후보지로는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이 거론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5월 이사회에서 제3공장을 12만ℓ 규모로 새로 짓고 인천 송도의 기존 제1공장은 현재 5만ℓ에서 10만ℓ로 증설하기로 결정했었다. 두 사업에 325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해외 공장 건설을 실행으로 옮기면 북한 리스크가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킨 직접적인 사례가 된다.
한편 셀트리온은 이날 코스닥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주총에서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코스피시장 이전 상장 안건을 의결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코스피로 옮기는 것이 주가 흐름에 유리하고 공매도(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내려가면 낮은 가격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 위험이 적다며 이전 상장을 요구해 왔다. 셀트리온은 한때 공매도가 전체 주식 거래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시달렸다.
셀트리온은 주관 증권사를 선정한 뒤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내년 1∼2월에 이전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로 이전하면 셀트리온은 시가총액 17위권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쯤 ‘코스피200’(대표주식 200개 종목으로 산출하는 주가지수)에 편입도 예상된다.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으로 코스닥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7월 시가총액 2위였던 카카오가 옮겨간 데 이어 1위 셀트리온마저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코스닥이 ‘2부 리그’로 전락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999년 이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긴 상장사는 셀트리온까지 47개에 이른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산업 종목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위 종목 중에 CJ E&M을 제외한 4개가 모두 바이오기업이다.
권기석 김찬희 기자 keys@kmib.co.kr
셀트리온 “北리스크… 해외에 제3공장”
입력 2017-09-29 18:11 수정 2017-09-29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