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담배 규제는 얼마나 잘되고 있을까. 독성 화학물질이 가득 찬 소비제품을 쓰다가 매년 6만명 가까이 우리 국민이 사망한다면 정부가 가만히 있어도 될까. 이런 제품이 바로 담배다. 전 세계 181개 나라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라는 조약으로 힘을 모아 살인물질인 담배를 퇴출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각 나라가 이 협약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낸다.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담배 규제는 안타깝게도 6과목 중 2과목에서 낙제점수를 받고 말았다.
우리나라가 낙제를 한 과목은 간접흡연 방지와 담배광고 금지 두 분야이다. 담배광고 금지는 그럴 만도 하다. 청소년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편의점에 버젓이 담배광고로 도배가 돼 있을 뿐만 아니라 담배회사에서는 갖가지 행사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면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광고판촉 활동은 시급히 없애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간접흡연 방지는 왜 낙제일까.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금연구역에 대한 홍보와 계도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 흡연자들은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며 협조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제점수를 받은 원인은 실내 흡연실 때문이다. FCTC는 모든 실내의 완전 금연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아직 간접흡연은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 비흡연자의 공공장소 실내 간접흡연 노출률은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 41%, 여성 31.8%다.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것은 0%가 돼야 한다. 발암물질을 남의 얼굴에 뿜어대는 것이 용납할 일인가. 우리나라의 금연구역 정책에서는 실내 흡연실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는 담배연기를 막는 데 실효성이 없고 많은 사람의 간접흡연을 유발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일이다. 더구나 유흥주점 등 흡연 허용시설도 아직 남아있다. 이러다 보니 간접흡연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219건이었던 공동주택 간접흡연 민원건수가 2015년에 348건으로 58%나 증가했다.
금연구역이 늘어난 만큼 흡연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흡연구역을 만들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외 금연구역의 폐쇄형 흡연부스는 설치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환기시설을 갖추더라도 담배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아 흡연자들도 들어가기 꺼린다. 따라서 저렴한 개방형 부스를 설치하되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 선정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개방형 흡연부스를 늘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찾도록 유도하고 비흡연자들이 담배연기에 노출되지 않는 장소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 등 선진국은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흡연부스 설치를 적극 권장하고 일부 보조금도 지급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제 담배규제 선진국을 향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금연지원 서비스, 금연 홍보 등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영역도 있으나 무엇보다도 낙제점수에서 빨리 탈피해야 한다. 특히 모든 사람이 원치 않는 발암물질 노출에서 벗어나도록 간접흡연의 완전 방지, 모든 실내의 완전 금연구역 지정, 그리고 실내 흡연실 폐지가 시급하다.
조성일(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
[기고-조성일]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자
입력 2017-09-29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