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연휴 중 하루였던 9월 15일 경북 김천에선 A씨(56)가 형을 칼로 찌른 혐의로 붙잡혔다. A씨는 토지보상금을 나누는 문제로 형과 다투다 흉기로 형의 왼쪽 허벅지를 한 차례 찌르고 플라스틱 통에 담아간 휘발유를 자기 몸과 방바닥에 끼얹고 방화를 시도했다.
같은 날 광주 광산구에선 아내를 폭행한 최모(43)씨가 가정폭력특례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다. 최씨는 전날 오전 아내 정모(38)씨와 다투다 화를 참지 못해 아내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정씨가 “추석 여행 대신 친정에 가고 싶다”고 말한 게 싸움의 발단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14일 1370건, 15일 1249건, 16일 1277건, 17일 1132건, 18일 1137건으로 일평균 1233건에 달한다.
2016년 전체 일평균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725건인 것에 비하면 추석 기간에 68%나 증가한 것이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평소 자주 못 보던 가족들이 연휴를 맞아 한데 모이면서 사소한 오해가 빚어지고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며 “명절 연휴 기간 혹은 명절 후에 특히 가정폭력 신고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취업 및 결혼, 출산 스트레스로 예민해 있는 상태에서 가족들과 만나 대화하다 보면 평소 갖고 있던 스트레스가 더 심해져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추석에 충남 천안에 가는 신모(24·여)씨는 “명절 때마다 가족 간 충돌이 있어서 이번엔 각자 다른 날 조부모를 찾아뵙기로 했다”며 “명절 때는 오랜만에 안부를 묻고 술을 곁들이는 경우도 많아 다툼이 커질 여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결혼한 김모(29·여)씨도 “시댁이나 처가에 며칠 묵을 것인지, 어디를 먼저 방문할지 정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다투곤 해서 명절 땐 더욱 말조심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추석명절 특별치안활동의 일환으로 연휴 전에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에 대해 사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재발징후가 있을 경우 관할 지역 경찰과 공유하기로 했다.
귀향으로 오랜 기간 집을 비우면서 빈집털이 등 절도도 기승을 부린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5일간 평균 절도 신고는 845건으로 2016년 전체 일평균 절도 신고 754건보다 12% 증가했다.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의 범죄분석에서도 2014∼2016년 추석 연휴 기간엔 평소에 비해 침입절도가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 첫날부터 점차 증가해 추석 당일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감소하는 양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창문 현관 등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신문 등 배달품이 우편함에 쌓이면 절도범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중지시키거나 이웃에 부탁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명절 특수’를 노리는 스미싱 범죄도 주의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은 “명절 선물이 반환됐다는 내용 등의 스미싱 문자가 명절 때마다 기승을 부린다”며 “문자에 첨부된 사이트 주소를 누르면 바로 30만원 정도가 순식간에 결제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추석 연휴 제1수칙, 말조심하고 문단속 철저히!
입력 2017-09-30 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