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만들고 한복 입어보고… 해외 유학생들 유쾌한 한국 명절 체험

입력 2017-10-01 18:45
해외유학생선교단체 자스타 회원들과 해외 유학생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만나카페에서 추석맞이 행사를 갖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가 구드보라 선교사.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만나카페. 이곳은 일본 인도 영국 출신 해외 유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들은 한 손에는 소(송편 안에 넣는 곡물)를 담은 숟가락을, 다른 손엔 밀가루 반죽을 쥐고 송편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냥 손바닥을 펴서 만들면 송편 모양이 잘 나오지 않고 구멍이 뚫려요. 이렇게 손가락 세 개를 모아서 송편 모서리를 잡아줘야 돼요. 그러면 송편이 예뻐져요.”

구드보라(68·여) 선교사가 능숙한 솜씨로 소를 담은 반죽을 다듬자 이내 정갈한 모양의 분홍색 송편이 그릇 위에 올려졌다. 13년째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 요리를 가르치고 있는 구 선교사는 2005년 설립된 해외유학생선교단체 ‘자스타(JASTA·Japaness Students Abroad)’ 대표이기도 하다. 만나카페는 자스타에서 운영하는 유학생 사랑방인데,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드나든다.

영국인 유학생 코리 터너(19)는 카페 안에서 사람들이 영어로 찬송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만나카페에 들어갔다가 자스타와 인연을 맺게 됐다. 자스타에서 진행되는 성경공부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는 그는 “영국에서 했던 성경공부는 말씀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보다는 일방적인 강의에 가까웠다”며 “고국에 돌아가면 여기서 배운 나눔의 문화를 심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만나카페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2010년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2012년 귀국했던 일본인 유학생 아카모토 나즈사(37·여)였다. 한국인들도 참가하는 요리대회에서 2등을 수상하기도 한 아카모토는 이날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해 잡채와 콩비지, 일본식 우엉조림을 유학생들에게 대접했다. 식사 후에는 한복을 입어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이들을 섬기고 있는 구 선교사는 4년 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술을 받지 않고 식이요법과 기도를 통해 건강하게 쉬지 않고 사역하고 있다. 그녀는 “수술에 쓰일 돈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돕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님께서 저를 남겨두시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유학생을 섬길 생각”이라고 고백했다.

자스타는 외국에서 추석을 맞는 유학생을 위해 3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제16회 My Friend Festival’을 개최한다. 송편 만들기, 국제음식 전시, 한국 및 외국인 친구 사귀기 등의 이벤트가 펼쳐진다. 일본인 유학생이었다가 자스타에서 사역 중인 예마르다(본명 야마우치 마키코·37·여) 간사는 “하나님을 믿고 나서 한국인들이 제게 준 사랑이 하나님이 주신 사랑임을 알게 됐다”며 “많은 유학생이 우리의 진정한 친구인 예수님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