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만 경제 나빠지는 이유는 뭔가

입력 2017-09-29 16:45
한국 경제에 봄기운이 돈다고 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경제지표들이 완연한 상승세였다. 그런데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소비·투자 모두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전달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소비는 1.0% 줄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도 0.3% 줄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전망도 어둡다. 전경련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2.3으로 9월의 94.4보다 더 떨어졌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기는 호조를 보이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것은 국내 요인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도체만 호황일 뿐 자동차, 조선 등 거의 모든 업황이 안 좋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같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들이 쏟아지다보니 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8·2 부동산대책은 이미 건설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건설 공사실적이 2.0% 감소했고 건설수주도 3.4% 줄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쏟아붓고도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민간의 마중물로 삼고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오히려 꺾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혁신성장에 매진해야 한다.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과 민간이 감내할 수 있도록 노동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