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문건 공개] “VIP 퇴임 후 안전판 위해 박형준·정진석 당선 도와야”

입력 2017-09-29 05:00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 6차 회의에서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가 28일 공개한 문건은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이 생산한 문건이다. 문건들에는 당시 청와대의 ‘KBS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수사 무마 시도와 청와대 출신 인사에 대한 ‘국회의원 선거 지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좌파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보고 정황 등이 담겨 있다.

적폐청산위는 2011년 9월 27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등이 작성한 ‘KBS 관련 검토사항 문건’을 토대로 이명박정부가 KBS 장악을 도모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김인규 당시 KBS 사장이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등으로 입지가 약화돼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기재됐다. 청와대는 김 전 사장에게 ‘인사개혁조치 및 내부정비’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김 전 사장에게 사실상의 ‘인적 청산’을 주문한 것이라는 게 적폐청산위의 해석이다. 또 김 전 사장의 부담 경감 방안으로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기됐다. 실제로 문건 작성 두 달 후 경찰은 해당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검찰 송치했다. 청와대는 동시에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을 통한 김 전 사장 교체 방안도 검토했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 정황도 공개됐다. 2011년 12월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건에는 “대통령실 전출자 중 11명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므로 대통령실 차원의 직간접 지원을 호소한다”고 적혀 있다. 지원 대상에는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정진석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시민사회특보였던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의 이름이 올랐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원 필요성에 대해 “VIP(이 전 대통령) 국정철학 이행과 퇴임 후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기 말과 퇴임 이후 VIP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에 긍정적 역할이 기대된다”고 적었다. 당시 청와대는 2012년 총선 지원을 위해 4월로 예정됐던 향군(재향군인회) 회장 선거일을 2개월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이 전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됐다는 내용도 문건으로 확인됐다.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프링노트에는 2009년 2월 대통령 주재 수석회의 안건으로 ‘종교계 좌파 동향’과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 명예퇴임’ 등이 논의됐다고 적혀 있었다. 또 ‘좌파문화예술단체’ 관련 사항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메모도 남아 있었다.

국정원이 2011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에는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시 야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31명에 대해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어 적극 제어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적극 제어’ 방안으로는 예산 삭감, 재정운영 실태 감사 등이 제시됐다.

이명박정부 기무사령부가 군 검찰의 수사를 무마시킨 정황도 드러났다. ‘기무사, 민간인 해킹 관련 동향’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2011년 조선대 교수 해킹 사건에 대한 군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시 기무사 참모장이 무마시켰다고 적시했다.

적폐청산위는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수사 무혐의 처리와 청와대의 전방위적 선거개입 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승욱 김판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 김지훈 기자